'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마지막 날에 은메달 2개를 추가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태환은 18일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15분01초72를 기록, 중국의 순양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순양에 26초29나 뒤떨어진 기록이었지만 4년전 도하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 14분55초03에 근접한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박태환은 불과 20분 뒤에 열린 혼계영 400m에서도 마지막 자유형 영자로 나서 한국의 은메달을 이끌었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3위로 레이스를 마쳤지만 중국이 레이스 도중 부정출발을 한 것으로 밝혀져 실격되는 바람에 한국이 행운의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총 7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는 성과를 거뒀다. 4년전 도하 대회와 비교해 금메달수는 같지만 은메달은 1개 늘고 동메달은 1개 줄어들었다.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앞서 자유형 15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태환은 이날 은메달 2개를 추가해 아시안게임 총 메달수를 14개로 늘렸다. 이는 한국 수영 역사상 아시안게임 최다메달 신기록이다. 특히 박태환은 계속된 강행군으로 크게 지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큰 감동을 남겼다.

박태환은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추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 한 종목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마음고생을 딛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호주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마이클 볼 코치의 도움을 받아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순양, 장린 등 중국의 거센 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태환은 이를 훌륭히 이겨내면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세계적인 수영강국으로 우뚝 선 중국도 박태환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나마 1500m에서 순양이 박태환을 이긴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4년전 도하 대회에서 대회 MVP에 뽑혔던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MVP 후보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3관왕은 여러 명이 탄생했지만 박태환 처럼 강한 임팩트를 남긴 선수는 아직 없었다. 특히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는 등 기록의 순도가 탁월하다는 점에서 박태환이 '대회 최고의 별'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이길 수 있는게 중요하다, 선택의 순간이다"

이번 시즌 박태환(21,단국대)을 지도해 슬럼프에서 건져낸 마이클 볼(호주)코치를 18일 저녁 박태환의 자유형 100m 레이스가 끝난 뒤 만났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던 볼 코치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자유형 100m에서 박태환이 펼친 레이스에 대해 "충격적인 레이스였다. 매우 훌륭했다"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이던 그가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인 순간이 있었다. 바로 1,500m에 대한 박태환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할 때였다.

박태환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200m, 400m, 1,500m 금메달을 휩쓸며 대회 3관왕이 됐다. 단거리와 장거리를 아우르는 그의 괴력에 모두가 놀랐다. 박태환은 과거 종종 "1,500m가 내 주종목"이라고 말해왔다. 그에게 1,500m는 미련이 진하게 남는 종목이다. 다른 종목과 비슷한 수준에서 시작해 200m와 400m에서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성과를 냈지만 1,500m 만큼은 세계의 벽을 깨지 못했다.

제자의 미련에 대해 스승은 단호한 입장이다. 이제 박태환이 1,500m를 버리고 다른 종목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볼 코치는 "1,500m에 초점을 맞추면 안된다. 박태환은 15분 레이스가 아닌 1분에서 3분간 총력을 기울이는 레이스에 능한 선수다. 육상으로 따지면 우사인 볼트인데 그에게 장거리를 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했다.

또한 "물론 태환이는 1,500m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는 있다. 하지만 나는 최고의 기록을 원한다. 태환이의 1,500m 기록은 세계 기록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라며 "이제는 태환이가 결정을 할 시간이 왔다. 대회가 끝나면 논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박태환의 올해 1,500m 기록은 15분13초9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쑨양은 14분47초46이다. 상당한 격차가 있다. 박태환이 좀처럼 1,500m 기록을 단축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볼코치의 말에 힘을 실어준다.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우승 당시 14분55초03초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운 이후 2009 로마세계선수권에서는 15분00초87를 찍었고 올해 팬퍼시픽 선수권에서는 15분13초91로 더욱 퇴보했다.

볼코치는 1,500m를 포기하는 대신 800m를 택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1 세계수영선수권에는 800m 경기가 열린다. 볼코치는 "준비기간이 짧지만 만일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800m가 대회 기간 마지막쪽에 배치되어 있다면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저우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박태환은 19일 선수단과 함께 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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