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영하를 넘나드는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는 2000여명에 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배춧잎마다 빨간 양념 소를 묻힌 뒤, 겉배춧잎으로 한 번 싸 척척 올리는 솜씨가 능숙했다. 이날 칼바람 추위가 오후 들어 누그러졌다지만, 야외에서 김치를 담그기에는 여전히 매서운 날씨에 이들은 무려 12만포기, 270t의 김치를 담갔다.

한국야쿠르트는 김장 나눔 행사를 위해 총 12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었다. 양기락 한국야쿠르트 사장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바삐 손을 움직였다. 빨간 김치를 한 포기 한 포기 쌓아올릴 때마다 양 사장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도 번졌다. 그는 "올해로 한국야쿠르트의 김장 행사가 10년을 맞게 됐다"면서 "김장비용이 올랐지만, 작년과 같은 12만포기의 김장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초부터 이어진 이상 기온으로 배추와 무, 마늘, 생강 등 김장 재료 값이 오르면서 예년처럼 11월 하순에 김장할 경우 작년보다 30%가량 비용이 늘어난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12월께 김장비용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지만, 소외된 이웃에게 전하는 김치이니만큼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담근 김치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전국의 홀몸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1만3000가구에 전달됐다.

올해로 10년째인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는 그간 총 77만포기를 17만4000명에게 전달했다. 10년간 담근 김치의 무게만도 1800t에 달한다. 평소 전국 골목골목을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느낀 분들과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과 등의 협조를 구해 수혜 대상자를 선정,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손맛이 담긴 김치를 직접 전달한다.

서울광장에서 김치를 담근 이날 저녁, 서울 아현동 주택가 골목에서도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바삐 움직였다. 김순례 할머니는 "매일 아침 야쿠르트도 그냥 주고,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 때가 되면 김치도 주니 고맙다"면서 "올겨울도 마음이 넉넉하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볼이 빨개진 야쿠르트 만리점 손정욱 판매원도 겨우내 김 할머니의 밥상을 책임질 다섯 포기의 김치가 든 용기를 전하며 미소가 번졌다.

한국야쿠르트의 봉사활동은 김장김치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 네트워크'를 활용해 곳곳에 따뜻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4년부터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매일 2만여명의 홀로 사는 노인들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있는 노인들은 주민센터와 보건소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위험에 처한 어린이나 길 잃은 어린이를 경찰관이나 보호자에게 인도하고, 실시간으로 실종 아동 정보를 받아 미아 찾기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사내 임직원들의 모임인 '사랑의 손길펴기회' 봉사단체활동은 일시적인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늘 어려운 이의 곁에서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로 희생된 박정순(당시 34세) 씨의 수미, 난영, 동규 삼 남매는 지금껏 근 10년간 매월 100만원씩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남매가 대학생이 됐을 때를 대비해 매월 학비 적금 50만원을 대신 들고, 한 달에 두세 번은 직접 방문하고 있다"면서 "당시 홀로 삼 남매를 키우다 변을 당한 박 씨 가족의 딱한 사정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후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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