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의혹을 집중 폭로해온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이번에는 메가톤급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7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청와대의 사찰 대상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창화 전 청와대 행정관이 박 전 대표도 사찰했다고 한다. 임병석 C&그룹 회장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의 일식집 '다다래'에 간 것이 사찰의 과녁이 됐다”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초대형 스캔들 감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표정은 뜨뜻미지근하다.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얘기는 많이 있었잖아요”라고 무덤덤하게 되받았다. 친박계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루머 수준인 데다가, (음식점에 간 날짜 따위의) 팩트도 틀렸다. 현재로서는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우리도 더 알아보기는 하겠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이 폭로한 사찰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수장이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친박계의 분위기가 왜 이리 시큰둥할까. 우선은 민주당의 폭로가 ‘일전불사’를 외치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은 “지금 나온 얘기로는 박 전 대표의 동향을 파악한 정도다. 까놓고 말해 경찰 정보과니 국정원이니 기업이니, 그런 정도 일(동향 파악) 하는 사람들이 국회 상주하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이 정보를 갖고 ‘가공’을 했다면, 그러니까 이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한다는 식의 ‘정치공작’ 단계까지 갔다면 사찰 스캔들이지만, 단순 동향 파악 정도로 전면전을 외치면 모양이 우습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청와대 회동 이후 지속된 화친 분위기를 끝낼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의 수가 너무 뻔하다”라는 불만도 컸다. 한 영남권 친박계 의원은 “(민주당이) 남의 당 대선후보를 갖고 장난치는 거 아니냐. 자기들 편한 대로 전선을 그으려는 것 같은데, 우리가 거기 놀아날 이유가 없다”라고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내의 계파갈등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여서 동조해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친박계의 정서다. 한 수도권 친박계 의원도 “세종시 때 재미 본 걸로 한 번 더 해 보자는 건데, 그렇게는 안 갈 거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가 손을 잡고 청와대를 압박하는, 야당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수준이 ‘동향 파악’이 아닌 ‘정치공작’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단서가 추가로 나온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