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채널수 20개 이상 늘듯…"매체간 균형발전 저해" 지적
제약 등 광고금지 품목도 축소…외주 등 콘텐츠시장도 활성화

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내년도 핵심 업무는 방송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고 방송광고 시장을 키워 스마트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종합편성·보도 채널의 출범과 함께 지상파방송의 '다채널방송서비스(MMS)' 도입을 적극 검토해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게 방통위의 계획이다.

하지만 주파수를 쪼개 새로운 채널을 추가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의 MMS 도입과 중간광고 허용 등은 업계 이해가 걸린 문제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지상파에 MMS를 허용하면 케이블TV 업계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중간광고 허용 등은 종합편성 채널에 대한 또다른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뜨거운 감자' 지상파의 MMS 검토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지상파방송의 MMS 도입 검토다. MMS가 허용되면 올 연말 선정되는 최소 2∼3개의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 사업자에 지상파 다채널까지 더해져서 채널 수는 20개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KBS와 MBC 등 지상파방송사들은 최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MMS 시험 서비스를 내년에 시작하기로 하는 등 MMS 허용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MMS 검토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방통위의 '디지털 전환 활성화 기본계획'에서도 정부는 2013년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방송 전환을 앞두고 디지털 TV 확산 여건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상파에 MMS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날로그방송을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게 되면 한 번에 전송하는 정보량이 크게 늘어나고 주파수 대역에 여유 공간이 생겨 추가로 채널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의 MMS 도입은 기존 유료방송 시장의 붕괴를 가져와 방송통신 시장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파 MMS 사업의 특성상 유료 케이블TV의 수요가 급감하고,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심화로 매체 간 균형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간광고 허용 등도 논란

방통위는 방송 콘텐츠 시장의 선진화와 함께 방송 채널 수가 늘어나고 사업자가 다양해진 만큼 방송광고 시장도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2011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0.74%까지, 2015년에는 GDP 기준 1% 수준까지 확대키로 했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송 프로그램 방영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중간광고와 심야방송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간접광고와 협찬 고지를 개선하며 먹는 샘물과 제약 부문 등 광고금지 품목에 대한 규제 개선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중간광고의 허용은 기존 지상파방송은 물론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등에도 작지 않은 경제적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또 스마트 시대 기반 조성을 위해 경직된 외주제작 비율 규제를 풀어 이를 장르별로 조정해 방송사와 제작사의 유연한 콘텐츠 제작을 촉진키로 했다.

방통위의 계획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 방송 콘텐트 시장을 키우는 한편 방송광고 시장 확대를 통해 다시 콘텐츠 시장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방송 콘텐츠 시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좋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지상파방송사의 MMS 허용 검토나 중간광고 허용 등은 매체 간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다채널방송서비스(MMS·multi mode service)


첨단 압축기술을 통해 방송 주파수대역 내에서 고화질(HD)방송 외에 표준화질(SD)방송, 오디오 등을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방송서비스. MMS가 도입되면 현재의 KBS1은 KBS1-1, KBS1-2 등으로 채널을 늘릴 수 있으며, 시청자들은 케이블방송 등에 가입하지 않고도 지상파 방송 20여개 채널을 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