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 사격훈련 다음날인 21일 예정에 없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안보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등 비상태세를 유지했다.

전날 사격훈련이 끝난 직후 훈련이 영토방어를 위한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자주권 행사라는 점을 강조한 뒤 "훈련 뒤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일단 북한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지만 성동격서식 도발이 언제,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정부 비상체제를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 즉각적인 군사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부처 새해업무보고 등 일상적 국정운영을 계속하면서 한반도 긴장감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대응태세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은 북한의 위협 강도가 누그러졌지만 그동안 예상 외의 허 찌르기 공격 양태를 되풀이해왔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날 "북한은 똑같은 방식은 두 번 안 쓴다"고 평가하듯 북한이 다른 계기를 잡아 게릴라전과 같은 형태로 다른 지역에서 도발해올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대신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 있는 현 시점에서는 한동안 '위장평화' 공세, 대화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대화공세에 주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실제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으로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방북허용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 외교당국이 '위장술수' 측면에서 평가절하하는 이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한 우라늄 농축활동을 사찰받겠다는 북한의 속셈은 사찰단의 감시 아래 불법활동을 마치 정당한 평화적 활동으로 가장하려는 술수가 보인다"고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프로그램 폐기를 전제로 검증받겠다고 하면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불법활동을 합법화하려는 의도라면 불순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화를 닫아놓고 어떤 경우에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화를 하려면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우리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개성공단에서의 특이사항, 특히 신변안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체제를 유지했다. 공단 방북은 이날 제한된 수준에서 허용돼 466명이 올라가고, 438명이 남측으로 귀환한다. 현지 체류인원과의 임무교대, 원부자재, 완제품 반출입, 가스·유류·식자재 운송 등을 위한 왕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