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재중동포)과 ‘탈북자’(새터민)가 한국영화의 전면에 등장했다. 사람들은 국경을 넘고, 한국영화의 카메라는 그들이 넘는 생과 사의 경계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우리 시대가 외면할 수 없는 비극,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길어올려졌다.

조선족이나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한 한국영화가 잇따르고 있다.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부터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와 규모를 아우르고 있다. 국제영화제 초청이나 다국적 투자 등 해외에서의 주목도도 높다.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인한 조선족들의 한국행이나 ‘탈북난민’ 문제가 이미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중동, 아랍, 동구,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이 많은 유럽이나 접경지대에서 중남미인들의 월경이 잦았던 미국 등 해외관객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만큼 세계적으로도 ‘보편성’을 갖춘 소재라는 것이다. 취업, 결혼, 밀입국, 범죄, 가족이산 등 숱한 이야깃거리들이 영토간 경계에서 발생하고, 영화는 이를 충실히 기록하고 극화해왔다. 

22일 개봉하는 하정우 김윤석 주연의 ‘황해’(감독 나홍진)는 중국내 조선족 자치구인 옌벤(延邊, 연변)의 두 조선족 남자를 주인공으로 했다. 거액의 빚에 몰려 살인청부를 의뢰받고 한국으로 밀항한 한 남자와 그를 뒤쫓는 밀입국 브로커 간의 추격전을 담았다. 나홍진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이 관련사건을 참고했을 뿐 아니라 수개월에 걸친 중국 현지 및 국내 취재로 발품을 팔며 시나리오를 썼다.

이미 해외영화제에서 초청과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재중동포 감독 장률의 ‘두만강’은 중국측 두만강변 조선족 마을이 배경이다. 먹을 것을 찾아 수시로 강을 건너는 북한의 한 소년과 마을의 조선족 소년간의 우정과 비극을 그렸다. ‘황해’에선 조선족들이 화물선을 타고 한국으로 밀항하고 ‘두만강’의 북한주민들은 트럭 짐짝과 실려 옌벤 땅을 밟는다. 한국으로 돈벌러간 아내와 어머니 등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전규환 감독의 ‘댄스타운’과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수난기를 다뤘다. 이들은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생계난에 허덕이거나 낯선땅의 범죄와 폭력에 노출돼 있다. 이 작품들에서 역시 한국과 중국, 북한을 오가며 돈과 사람을 중개하는 알선업자 혹은 브로커들이 등장한다. 이들 작품은 ‘변경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담아내려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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