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동행한 NYT 기자 방북기
당국자 사적 자리선 경제지원 호소
취재허용 지하철·비단공장도 허름
주민들 "하루하루 그저 견뎌낼 뿐"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믿는 인민은 아무도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정권은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목표로 내걸고 지난 5년간 열성적으로 선전했지만 주민들 반응은 싸늘한 편이라고 최근 평양을 다녀온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전했다. 지난 16∼21일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방북했던 새런 라프레니어 NYT 베이징 특파원은 26일 '여전히 고립(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이라는 제하의 평양발 기사를 내놨다.

그는 북한 방문길에서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거나 권력승계를 둘러싼 정치적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조짐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북한이 왜 국제 지원이나 무역에 적극적인지를 짐작할 수는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여성들이 평양 소재 비단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동영상 캡처.

김용대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방북단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강력한 군사력 억제 덕분에 이제 발전에 집중해서 2012년 경제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 당국자들이 사적인 자리에서는 연료와 식량 지원뿐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완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2000만 북한 주민 중 선택받은 300만명만 거주한다는 평양에서도 어린이 3명 중 1명은 굶주리고 5명 중 1명의 몸무게는 평균 이하라는 세계식량계획(WFP)의 통계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중국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토크행 2편만 운항한다는 고려항공에 대한 충격은 서곡에 불과했다.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을 위해 고심해 취재를 허락했을 평양 지하철역과 비단 공장도 허름하긴 마찬가지였다. 낙후된 통근버스와 '장마당'(시장)서 팔려는 물건이 들어 있는 게 확실한 보따리를 머리에 인 여성들, 엘리트층 자녀가 다니지만 나무 등으로 난방하는 외국어혁명학교, 착공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완공하지 못해 흉물로 남아 있는 105층짜리 류경호텔 등이 그것이다.

기자는 최근 6개월간 중국서 만난 탈북자와 북한 무역업자 2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김정일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정권은 계속해 희생만을 강요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해도 출신의 45세 무역업자는 "2012년 강성대국은 금광을 찾으면 가능할 얘기"라면서 "하루하루 그저 견뎌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