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친이계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개헌문제를 조직적, 본격적으로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이계는 1월중 개헌론을 본격 제기할 방침이라고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이 3일 전했다.

지난해 11월초까지 제기하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단했던 개헌론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안상수 대표 등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제기해왔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적이고도 대대적으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친이계는 우선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개헌론의 운을 뗀뒤, 당내 친이계 최대조직인 '함께내일로'나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등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안상수 대표는 이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새해 인사를 겸해 가진 회동에서 개헌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안 대표는 "새해에는 개헌논의가 돼야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극심한 만큼 권력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회창 대표는 "앞으로 개헌논의의 구체적 어젠다에 대해 참여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이계는 민주당 지도부나 개헌론자들에 대해 중진들이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교감을 확대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한 의원은 "민주당은 개헌론 제기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가 진정성을 갖고 접촉해 나간다면 환경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며 물밑 교섭을 본격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미 "1월부터 개헌을 공론화해 야당과 의견을 나누고 여당 안에서도 토론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임장관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개헌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정리할 때가 왔다"며 "이재오 장관은 분권형 대통령제까지 얘기를 했으니 다 얘기를 한거다.이제는 국회에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내 친이계가 개헌론을 매개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려는 것은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개헌론 자체에 대한 공론화 또는 출구전략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 안상수 대표 등 여권의 주류가 개헌 공론화에 앞장서왔던 만큼 이젠 이를 현실화시키든 폐기하든 정리하는 수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친이계가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는 데에는 신년을 맞아 실시한 각종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개헌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데 고무된 듯하다.

KBS 조사에서는 개헌 찬성률이 무려 69.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MBC 조사에서도 찬성이 44.3%로 반대보다 게 나타났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한나라당내 친박계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이 개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인게 사실이다.

친이계의 개헌론 제기가 개헌 자체보다는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친이계의 움직임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행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미 '한국형 복지'를 기치로 대선 이슈 메이킹에 나서는가 하면 씽크탱크를 발족시키는 등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섰지만 친이계는 아직 필적할만한 주자가 없다.

더욱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30~40%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에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 등 친이계의 잠룡들은 5~8%대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친이계 내부에 알게모르게 공멸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이고, '함께내일로' 송년모임에서 '줄 잘서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간이 갈수록 분화의 길을 가고 있는 친이계로선 이쯤에서 개헌의 깃발을 들어 분위기를 다잡아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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