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4시. 대부분의 축산인들이 그렇듯 장정권 대표의 하루가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간단한 세안을 마치고 장정권 대표는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그의 축사로 이동한다. 간밤에 농장에 별일이 없는지 살핀 후, 특이사항이 없다면 바로 사료와 조사료를 주고, 얼마전 출산한 어미 소와 송아지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을 한다. 아파 보이는 소가 있을 때에는 수의사에게 전화를 하여 왕진 요청을 한다.

소톡의 이승일대표(좌)와 장정권대표(우), 제공=소톡

 건초, 대두박 등 축사의 필수품이 부족할 때에는 축협이나 업체에 전화하여 필요 물량을 발주한다. 발주 후에는 엑셀 파일 기반의 자체 관리 대장에 기록하여 관리한다. 그렇게 오전의 축사 업무가 끝나면 엑셀 파일로 관리하는 축사의 업무리스트를 보며 출산이 임박한 소, 재발정 주기가 도래한 소, 백신을 맞아야 하는 소가 있는지 확인하는 등 하루의 업무리스트를 정리한다. 발정이 온 소가 있을 때에는 수정사에게 연락하여 방문 요청을 한다. 그 외에도 주변 환경 정리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와 같이 단순 작업, 고된 노동, 끊임없는 노동시간은 국내 축산업의 고질적 병패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되고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등 "화이트 컬러" 직종의 삶의 질, 일명 워라밸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축산 업계는 이와 반대의 상황이다. 노동시간은 지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평균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유사한 1차 산업인 농업에서는 자동화 및 기계화에 따라 노동시간은 감소하고 소득은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축산 농가를 위한 자동화 및 기계화 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 사료 급이기, 축사관리 시스템, 발정탐지기 등 여러 기업들이 어플리케이션 및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나 고령화 되고 있는 축산인들이 쉽게 사용법을 익힐 수 없어 무용지물이며 그 도입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청년 축산 스타트업 "소톡"의 장정권 대표는 약 10년 전 아버지의 업을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축산인으로서 삶을 시작하며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러 방면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축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여 신기술을 접하고 테스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에 더하여 자비를 들여 다양한 축산 자동화 설비, IoT 장비(발정 탐지 목걸이 등)를 도입해왔다. 기계의 힘으로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은 다소 감소하였으나 축사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업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종합 시스템이 없었기에 주말과 휴가 없이 매일 하루 12시간 지속되는 그의 노동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장정권 대표는 2019년부터 축산농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종합 축산 시스템 개발이라는 목표로 여러 인적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시야를 넓혀왔다. 이를 통하여 삼성전자에서 전사 경영 시스템의 자동화를 담당하던 한 AI 엔지니어를 알게 되었고 공동 창업을 제안하게 되었다. 당시 해당 엔지니어는 AI 전문가를 목표로 해외 대학교의 박사학위 합격증을 받은 상태였으나, 장정권 대표의 끝없는 설득 끝에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축사 관리 시스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들의 핵심 모토는 "쉽게 그리고 더 쉽게"였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개발해도 고령층이 대부분인 축산 업계에서의 특성상 사용법의 난해함 때문에 가입조차 하지 않는 시스템들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톡은 전국민이 사용하는 SNS 카카오톡에 집중했다. 80세의 어르신들도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재미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등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은 그들의 서비스를 별도 다운로드 받을 필요가 없고, 회원가입도 간편한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 내에 녹여내어 축산인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장정권 대표는 그의 하루 일과를 나열하여 IT서비스를 통하여 관리될 수 있는 모든 업무들을 선정하였고 이를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에 모두 반영하였다.
 
대부분의 업무들이 챗봇 서비스에 반영될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왜냐하면 암소의 정확한 발정 개시 시점과 수정 적기를 판별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해외 IoT 기업의 발정탐지기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고가의 도입 비용과 답답한 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제품이 만족도와 무관하게 이미 구매계약이 완료되었기에 환불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한우 최적화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개발되어 국가적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바람도 있었다. 

이에 소톡에서는 자체적으로 여러 센서들을 조합한 발정탐지기를 개발하여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하여 한우의 발정 뿐만 아니라 행동 변화에 기반한 발병 여부 등 특이사항까지 탐지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오며 고도화 하였다.
 
축산농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그들이 노력은 성과로서 인정받아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과제로 선정되어 더욱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2023년 11월 카카오톡 기반의 소톡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모토 "쉽게 그리고 더 쉽게"를 지속 유지하여 모든 축산 경영인들이 1분 내에 빠르게 가입할 수 있는 소톡의 세부 서비스는 ▲축사의 통계정보 조회(총사육두수, 출하성적, 자산가치 등) ▲축사 개채 이력관리(공태 및 수정, 거세, 접종 등) ▲ AI 및 플랫폼 서비스(초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AI 축산백과, 수의사 찾기 등) ▲ 축산정보제공(AI가 선별한 주요뉴스, 소톡 빅데이터 연구소의 분석 레포트 등) ▲ 한우의 발정 및 질병탐지 기능을 보유한 IoT 목걸이 소목(Somok)과 연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장정권 대표는 한우의 발정탐지 IoT 목걸이 ‘소목’ 또한 오픈 예정이라고 밝히며 “현재도 이미 상용 가능한 수준이지만, 더욱 정확한 발정탐지와 카카오톡을 통한 알림 서비스 연계 등 일부 점검 항목이 남아 있어 2024년 초에 소톡 서비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점차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며 “고가의 비용이던 기존 발정탐지기 및 목걸이와 차별화하여 월 구독 모델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고객들이 재정적 부담이 없도록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소톡 서비스와 한우 IoT 목걸이 소목의 발전이 기대된다.

장영락 기자  webmaster@jyb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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