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거나 배고픈 거보다 외로운 게 더 힘들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 아래 창고처럼 보이는 허름한 컨테이너 박스. 컨테이너가 새워진 곳 근처에는 다른 주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왕래가 거의 없는 듯한 공간이다.

폭 2m가 안 되는 작은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얼굴이 시렸다. 연탄난로 주위를 제외하고는 바깥과 별다를 바 없는 한기가 돌았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달 24일 이 차가운 곳에서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들어가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멈춰진 시계. 고장 난 시계를 주워와 사람 사는 집처럼 보이려고 걸어놨다고 했다. 멈춰진 시계처럼 할아버지의 생활도 20년 전 그대로 인 듯했다.

컨테이너 내부는 한 눈에 보기에도 기본적인 주거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수도시설은 물론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보이지 않고 천장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었다. 환풍기 하나를 제외하곤 바깥 세상과 소통할 구멍은 천장 뿐이다.

벽면 단열은 생각조차 할 수 없어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추위와의 싸움의 연속이다. 얇은 플라스틱 컨테이너 문틈으로 그대로 세어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엌도 따로 없고 시멘트 바닥 한 귀퉁이 가스레인지만이 유일한 요리도구다. 밥은 어떻게 드시는지 궁금해졌다. 점심은 드셨냐는 물음에 할아버지는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랑 막걸리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컨테이너 거주민은 먹는 것은 물론 주거 환경이 겨울을 나기에는 무척이나 열악했다. 주변에는 상점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이웃이 존재할리 만무하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왕래가 거의 없다.

올 겨울 복지단체에서 할아버지를 찾아와 가져다 준 라면 두 박스와 김치10kg 그리고 연탄 200장이 전부다.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할아버지는 "춥거나 배고픈 거보다 외로운 게 더 힘들다"며 "나 혼자 이렇게 사는데 뭐 즐거울 것도 없고 하루 하루 근근히 버티며 산다"고 말했다.

강원주거복지센터가 2009년 말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원주에서만 컨테이너를 거주지로 삼는 이가 30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 고령으로서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움을 청하거나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

또 컨테이너가 위치한 곳은 외딴 지역이기 때문에 식수나 전기 사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사회로부터 고립으로 정신적인 문제도 컸다.

컨테이너에 거주하는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