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총회(AFC Congress 2011)에서 진행된 FIFA 부회장 선거가 끝난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의 ´한쪽 날개´가 떨어졌다.

그는 6일 카타르 도하의 셰러턴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총회 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 16년 동안 지켜온 FIFA 부회장과 집행위원 자격을 모두 잃었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 등 막강한 권한을 상실한 그는 그동안 축구로 쌓아온 ´정치적 입지´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꾸는 ´큰 꿈´이 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낙선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야심차게 추진한 2022월드컵유치 실패까지 겹치며 대선을 1년 앞둔 그에겐 ´시련의 계절´인 셈이다.

정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 대중적 지지를 폭넓게 받을 수 있는 ´뿌리´는 녹색 그라운드에 있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신화´를 이루자 그 열기는 정치권에도 불어 닥쳤고, 최대수혜자는 당시 FIFA부회장인 정 전 대표였다. 월드컵 이전엔 한 자릿수에 불과한 그의 국민 지지율은 9월 17일 대선 출마선언을 전후해 30%대로 치솟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2022월드컵 유치와 FIFA 부회장 연임 성공으로 ´AGAIN 2002´를 노리던 그였다.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정 대표의 최대 강점인 대중적 지지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선에서 동력을 상실했다"는 등의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더욱이 ´친이(이명박)´계로선 ´부동의 1위´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후보에게 닥친 시련에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젠 FIFA 회장 아닌 ´전 대표´ 아닌가"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을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 전 대표가 ´축구인´에서 ´정치인´으로 올인 할 수 있는 계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오히려 정치만 바라볼 수 있어서 좋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고 월드컵도 유치했으면 좋았겠지만, 온전히 정치 외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친이계 한 초선 의원은 "정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음에도 FIFA부회장으로 더 널리 알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며 "FIFA부회장으로 불렸지만, 이젠 제일 좋다는 ´전 대표´로 불리지 않겠나"고 말했다. 같은 ´전 대표´로써 박 전 대표와 경쟁자로 설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낸 것이다.

더욱이 ´축구 회장´ 날개를 떼어낸 것이 당내 기반이 미약한 그에겐 약이 될 수 있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 친이계는 90여명, 친박계는 50여명, 중립지대 의원은 30여명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는 안효대, 신영수, 정양석 의원 등이 손꼽힌다. 아직까지는 ´정몽준계´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계파 구도는 큰 변화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1일 정 전 대표의 자택에는 친이계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정두언 최고위원, 권택기, 김소남, 신지호 의원, 또 당 대표 시절 당직을 맡았던 이사철, 전여옥, 정양석 의원 등이 찾았다.

정 전 대표의 자택에 친이계 의원들이 몰린 데에는 아직 대권주자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불과하지만,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란 해석이다. 박 전 대표의 경쟁자로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측면도 적지않다.

FIFA부회장 떼고, ´노무현 단일화´추억도 떼고

정 전 대표측은 ´월드컵 유치 실패-FIFA부회장 낙선´에 크게 실망하지 않은 표정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은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개최됐다는 점에서 그 열기가 선거로 직접 이어졌지만, 이번엔 ´월드컵 비수기´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른 한편으론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2002월드컵은 대선 패배로 이어진 ´악몽´이자 정 전 대표가 ´적군´이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정 전 대표 개인적으로는 ´최대 치적´일지 몰라도 여권에선 ´최대 걸림돌´인 셈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월드컵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 전 대표는 뜨끔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대표측으로선 FIFA부회장직을 떼어내며 ´노무현 단일화 추억´도 떼어내는 부수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당장 정 전 대표는 귀국 후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시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해밀을 찾는 소망´ 등을 재정비하고, 조직을 추스를 예정이다.

아울러 이달 중 특전사를 방문, 자신의 ´외교-안보 전문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병원´인 마리아수녀회 도티기념병원 방문 등 민생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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