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추진 입장을 밝힌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外) 판매 허용에 대해 이 대통령의 '호위그룹'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장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연말 복지부 업무 보고에서 "미국은 감기약 같은 일반 상비약을 수퍼마켓에서 파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늦은 밤이나 휴일 등 동네 약국이 문을 닫을 때가 많으니 언제 어디서나 일반감기약·진통제·영양제·파스 등 처방전이 필요없는 간단한 약품은 살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대통령의 이같은 문제 제기에 따라 기획재정부 는 약사법 개정 등 실무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장관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의 약사총회에 참석, "기재부에서 수퍼 판매를 추진하는데 내가 못하도록 하겠다. 약사님들은 안심하셔도 좋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에 참석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정부의 약 수퍼 판매는 잘못된 일"이라고 거들었다. '정권 2인자'가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치자 이 장관은 14일 본지에 "지역구 의원으로서 한 발언일 뿐 주무 부처가 신중히 검토해 추진하면 내가 막을 힘은 없다"고 전했다.

이 장관의 측근이자 의약품 관련 주무 장관인 진수희 장관도 약사 집단 손을 들어줬다. 진 장관은 지역구인 성동구 약사총회에서 "국민 편의도 중요하지만 복지부는 국민 안전성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다른 맥락"이라고도 말했는데,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국내 현황이 궁금해서 물어보고 지나갔을 뿐 실제 수퍼 판매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대통령의 뜻을 확대 해석하지 말라'며 기재부와 대립하고 있다.

의약품 수퍼 판매 방침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약 오·남용 우려 ▲동네 약국은 충분 ▲앞으로 지역별 심야 약국을 운영한다는 계획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약사회의 "기득권 옹호"라고 비난하고, 약사회는 "윤 장관이 제약사 매출만 도와주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지역구인 경기도 의왕 약사총회에서 "당 차원에서 국회 복지위원들을 중심으로 저지할 테니 약사분들은 신경 쓰지 말고 업무에 집중하시라"고 했고, 대한약사회장 출신인 원희목 대표 비서실장도 약사회에 이런 뜻을 재확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약 약국 외 판매' 논란은 소비자의 편의성이냐 안전성이냐는 명분 대결로 시작했지만 정치권에 영향력이 큰 약사회라는 이익집단이 움직이면 결과는 힘의 논리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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