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대립'→'대화.협력' 전환.."南설득" 요구
위안화 절상 요구엔 美상품 대거구매로 대응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18∼21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력을 거듭 강조하는 분위기다.

   후 주석의 방미와 관련, 대변인 격인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14일 기자회견에 이어 16일 외교부 주최 제2차 란팅포럼 기조연설을 통해서도 대화와 협력을 화두로 제시했다.

   추이 부부장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미가 중국의 미래를 결정할, 5개년 발전계획인 12.5 계획이 시작되고 미중 핑퐁외교 40주년에 성사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외교적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중 양국의 협력 추진은 신시대 중미관계의 주선율(主旋律)이라고까지 했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달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후 주석의 방미와 관련해 "신(新)시대 중미관계의 중요 사건으로, 이번 방미를 통해 양국관계에서 적극적인 협력과 발전을 추동해갈 것"이라고 그 의미를 전한 바 있다.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환구시보, 중국청년보 등의 주요 언론매체들도 후 주석 집권기에 두 번째로 이뤄지는 미국 방문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중관계를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싣는 등 미중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에의 무기판매와 위안화 환율절상 압박 공방, 천안함사태,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과 관련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올해부터는 대화와 협력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논조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중국이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그와 더불어 국제정치 등에서 '대국굴기(굴<山+屈>起:우뚝 일어섬)'로 비쳤던 중국의 이미지를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로 다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자기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미국과 불필요한 마찰과 충돌로 안보적 위기가 초래돼 향후 경제발전의 장애로 작용하는 만큼 후 주석의 이번 방미를 통해 껄끄러웠던 '대립과 견제' 구도를 '대화와 협력' 분위기로 바꾸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키쇼르 마부바니 원장은 "전체적으로 볼때 미중 관계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라며 "그러나 양국 간에 차이와 갈등은 불가피하며 모든 양자관계가 그렇듯이 어떻게 양국간 차이를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후 주석의 방미를 통한 성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동안 미중 양국이 위안화 환율절상과 남중국해 영토분쟁, 북한 및 이란 핵문제 등의 쟁점에서 팽팽한 대립을 해왔다는 점에서 후 주석의 방미로 이런 문제가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으로 예상되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에도 사실상 '북한 편들기' 노선을 걸어온 중국은 최근 북한의 잇단 평화 제스처를 거론하면서 남한의 대화수용을 압박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할 공산이 커 보인다.

   또 북한의 우라늄 핵 농축문제와 관련, 추이 외교부 부부장이 14일 오후 베이징(北京) 외교부 청사 부속건물에서 열린 란팅포럼에서 "내 이해에 따르면 중국은 아직 (관련 시설을) 본 적이 없고 미국 전문가들이 본 것"이라면서 "그래서 그게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 유보 입장을 밝힌 것도 뭔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11월 9∼13일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등의 북한 영변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시설 방문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미국과는 입장이 확연하게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중국이 그동안 '남북한간 교전'으로 규정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미국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핵무기 개발용도로 의심받는 핵시설을 참관해달라는 이란의 초청에 대해 13일 '완곡한' 거부 입장을 밝힌데서도 그런 기미가 감지된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란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으나 13일 브리핑에서는 "오스트리아 빈 주재 대표가 현재 중국에 들어와 있어 이란 (핵시설) 참관이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으로 변경했다.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갈등과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훈련, 대만에의 무기판매 문제 등의 안보문제 도 중국은 속내를 터놓고 깊이 있게 논의하자는 입장이나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할 때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9∼12일 중국 방문을 통해 그와 관련해 중국의 국방라인과 관련 현안에 대해 여러차례 논의를 거쳤지만 이견만 확인한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비친다.

   중국은 특히 미국에 더는 대만에 무기판매를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면서 미중 군사교류 재개 시간표 확정을 미루고 있으나 미국은 정치 사안과 군사 교류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후 주석 방미를 통한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런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군사력 측면에서는 미국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서 사실상 중국군의 '논객' 역할을 해오고 있는 양이(楊毅) 해군소장이 후 주석 방미에 즈음해 중국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역내에서 군사적 패권을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가 없으며 중국군 현대화의 유일한 목표는 국가안전과 발전이익을 보호하고 국제적인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다"고 주장한데서도 그런 기미가 엿보인다.

   양 소장은 "미중 간에 전략적 상호신뢰가 결여된 것은 미국이 역내와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 있음에도 중국군을 잠재 라이벌로 여기고 중국의 국방력 증강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국군은 이를 의식해 군사적 투명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후 주석의 이번 방미를 통해 양국이 그동안 대립각을 세우지 않아온 해적퇴치, 인도주의적 원조, 재난구조 등 비전통적 안보분야 등에서는 협력 강화 조치를 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는 위기와 도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사실 후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경제분야의 쟁점인 위안화 환율 절상 공방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중국의 위안화가 '실질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중국의 환율은 시장의 힘에 반응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포문을 열자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위안화 환율 절상으로 중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맞받았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빠른 속도로 위안화 환율 절상을 하게 되면 제조업이 붕괴돼 중국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후 주석은 이번 방미에 대규모 구매단을 이끌고 가 미국 상품 대거 수입하는 것으로 우회 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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