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인 조치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관한 큰 틀의 전략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평이 높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각론에서는 명확한 문구가 없어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일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에 환영한다”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하 UEP)에 대한 우려 표시에 대해서는 중국의 진전된 반응에 점수를 줬다.

“남북대화, 북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중요”

미국과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방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양국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남북대화를 6자회담의 예비단계 성격으로 보고 있으나, 한미는 6자회담에 앞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로 남북대화를 상정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남북대화에 두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외교 관계자는 20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사건에 대해 북한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남북대화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재개건 북한의 보다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정부의 대북정책 및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따라 남북대화를 제안했고 지금은 북한이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북한의 ‘무조건 대화’ 요구에 대해 천안함과 연평도, 비핵화 문제를 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역제안을 두고 한 말이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선언적”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어느 정도 대화를 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해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보일 수 있도록 중국이 실질적인 움직임을 어느 정도 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조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이) 근본적 진전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다만 대화국면으로 바꾸기 위해 북에 압력을 가하는 효과는 있다”고 평했다.

특히 조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큰 기대보다는 냉정히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무조건적으로 대화하자는 북한의 대화공세보다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 즉 우리 정부와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며 “이런 점에서 정부가 ‘환영한다’는 발표에 의견이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수는 북한을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이 얼마큼 외교적 압박을 가할 수 있을지, 우리 정부 역시 대화를 위한 대북정책을 어떻게 끌어갈지가 과제라고 전망했다.

“UEP, 중국 입장 진전있으나 유엔 안보리까지는 미지수”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미중 양국이 북한의 UEP에 대한 공식적 우려표명이다.

미국과 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하고,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이뤄진 기타 약속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며 “2005년 공동성명 및 이와 관련된 국제적 의무와 약속에 위배되는 모든 활동에 반대한다. 양측은 이러한 문제와 기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UEP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한 적도, 우려를 표명한 적도 없지만 그동안 중국의 표현과 오늘 나온 것은 다르다”며 “전보다는 진화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안보리 등 특정하지는 않지만 국제사회가 국제사회의 규범에 위배되는 행동에 대해서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 교수도 UEP와 관련,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에 먼저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북한도 IAEA 범위 내에서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리가 있다 등의 입장을 밝혀왔다”며 “그런데 북한의 UEP에 대해 미국 입장에 가깝게 바꾼 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수는 “문제는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 전체 지도자들의 의사를 대변한 것인지 봐야 한다”며 “현재 후진타오 주석은 시진핑으로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중국식 레임덕에 빠져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중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에 대해서는 높게 평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이번 공동성명 문안에 중국측은 ‘북한이 주장하는(the DPRK´s claimed)’ UEP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UEP에 대한 우려가 미중 테이블에는 올라왔지만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