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의 ‘母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거짓말 브리핑’ 의혹부터 현장 검증 취소까지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에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 경찰의 거짓말 브리핑?

대전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언론 창구를 일원화하고 매일 수사 과정을 브리핑했지만 최종 목격자이자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 씨의 범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해 ‘거짓말 브리핑’ 의혹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경찰은 지난 27일 오전 브리핑에서조차 이 씨를 용의선상에서 배제한 채 ‘단순 강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이 지난 27일 오후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29일 자백을 통해 이 씨의 범행임이 드러났다.

경찰 말대로 사건 초기 이 씨를 용의선상에서 배제했다면 경찰의 수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반면 처음부터 이 씨의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펼쳐왔다면 ‘거짓말 브리핑’으로 일관해 온 셈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림으로써 경찰 스스로 시민들과의 신뢰를 져버렸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된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이 이번 사건을 축소.은페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씨 자백 이후에도 경찰은 이 씨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은 시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김학배 대전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수사에 신중을 기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만 체포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사실을 알려줘야 했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 현장 검증 취소…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경찰의 의도는 현장 검증에서도 엿보인다.

당초 2일 오전 현장 검증을 계획했던 경찰은 1일 오후 예정된 현장 검증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경찰은 "이 씨 본인이 현장 검증을 강력히 거부해 예정된 검증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검증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할 수도 있지만 현장 검증을 해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이는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로 담당 검사와의 협의를 거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반 범죄자 사례와 비교할 때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라는 지적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실제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을 저지른 김길태 등 그동안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강력사건의 경우 대부분 현장 검증이 진행돼왔다. 특히 경찰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지휘부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범행 현장을 재연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될 경우 대전경찰에 이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장 검증 취소에까지 이르게 된 과정도 석연치 않아 경찰의 봐주기식 수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경찰은 당초 계획된 현장 검증에서 범행이 발생한 어머니 윤 씨의 집 아파트 현관 등은 공개하기로 했지만 정작 범행 현장인 집 안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었다.

결국 이 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현장 검증 자체가 취소됐지만 이에 앞서 경찰이 '알아서' 현장 검증 비공개 결정을 내린 꼴이 됐다. 

– 경찰 간부 어머니 살해가 개인 비리?

대전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이 씨 개인의 비리 사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이 씨의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경찰 조직 전체와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태가 경찰 조직 전체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사태 축소에 초점이 맞춰진 언급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90년 경찰대 입학과 94년 경찰 입문 등 20년 가까이 경찰 생활을 경험한 경찰 간부의 범행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 씨가 강력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대전경찰청 강력계장이었다는 점에서 개인 비리보다는 경찰 전체적인 문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청장은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개인적인 소회를 밝혔을 뿐 조직의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씨의 형량을 변경한 것도 짚어볼 문제다.

당초 '존속살해' 혐의로 이 씨를 체포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씨의 혐의를 '존속상해치사'로 변경했다. 형법에 따르면 존속살해는 사형, 무기 또는 징역 7년 이상의 형을, 존속상해치사는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형으로 형량이 현저히 낮아진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형법상 형량이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양형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선고 형량은 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피의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거짓말을 통해 언론을 따돌려 영장실질심사에 나서는 이 씨의 모습을 감춰줬고 몸싸움 과정에서 일부 취재진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수사 도중 지휘부를 교체한 부분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수사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임병술 기자  mbs23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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