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법복을 잠시 벗고 화음을 모으고 있다. 9일 인천지방법원(법원장·김종백)에 따르면 판사들이 모여 합창단 ‘필(Feel) 충만 하모니’를 창단하고 오는 14일 오전 11시30분 법원 5층 대회의실에서 첫 공연을 한다.

판사들의 합창단은 인천지법 개원 이래 처음이다. 남판사 13명과 여판사 15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파헬벨의 ‘캐논’과 넬라 판타지아, 뮤지컬 <렌트>와 <오페라의 유령> 삽입곡 등 4곡을 공연할 계획이다. 관객들의 호응에 대비해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날’을 개사한 ‘2월의 어느 멋진날’도 마련했다.

판사들이 합창단을 구성한 것은 지난해 10월 모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서 연예인들이 합창단에 도전하는 모습이 계기가 됐다. 젊은 판사들은 마침 지법의 한 판사 결혼식에 참가해 축가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형사 3부 오승이 판사(32)가 나서 젊은 판사들에게 e메일을 돌려 뜻을 같이하는 판사들이 의기투합했다.

합창단은 성악을 전공한 외부 강사를 초빙해 매주 월요일 점심때마다 30분씩 짬을 내 연습을 하고 있다. 이번 첫 공연은 곧 있을 법원장과 법관 인사에 앞서 환송의 자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회장을 맡은 형사 4부 윤종수 부장판사 등 일부는 중창단과 성가대 등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대부분은 노래방에서 노래만 부른 초보들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오 판사는 “지난해 12월 말 판사워크숍에서는 판사 앞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이번에 법원 직원들과 외부인들에게도 개방해 사실 매우 떨린다”고 말했다.

‘필(Feel) 충만 하모니’는 법원 인사 때문에 절반 정도가 바뀐다. 합창단은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위해 판사만이 아닌 일반 법원직원들에게까지 문호를 넓혀 동호회로 안착시키고 향후 법원만이 아닌 대외적인 활동까지 할 계획이다.

인천/정환우 기자  wkdrhkdc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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