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학들은 거의 매년 신학기만 되면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그 때문에 등록금이 내려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내리긴커녕 해가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한다. 지난 해만 해도 전년에 비해 국·공립 8.6%, 사립 7.0%나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2.5%의 3~4배 수준이다. 이런 식이다 보니 올해 대학 전 계열 등록금은 자그마치 1천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어질 수밖에 없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때문에 학생 15%가 휴학하고 80%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정부보증학자금대출을 제때 못갚아 신용불량이 된 학생이 3천413명이나 된다. 그나마 대출 대상은 전체 대학생 300만명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이자율 7%대도 녹록지 않다. "등록금 고지서가 저승사자 같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학비가 가장 비싼 나라라던 미국이 요즘 크게 변했다. 대학들이 다투어 학비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예일대의 경우 연소득 12만달러(약 1억2천만원) 이하 가정 자녀들에게 수업료를 50% 줄여주고, 6만달러 이하엔 전액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하버드대는 연수입 12만~18만달러 이하 계층 수업료를 가구수입의 10% 이내로 낮추겠다 했다.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캘리포니아공대 등도 비슷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 뿐 아니다. 일본 도쿄대도 연수입 400만엔(약 3천200만원) 이하 가정에 대해 수업료 전액을 면제키로 했다 한다.

등록금이 치솟는 우리의 대학들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러다 학비 싼 곳을 찾아 미국 일본으로 떠나는 학생들이 크게 늘지 않을까 모르겠다. 가뜩이나 근년들어 유난히 해외유학생들이 급증하는 판인데…. 하긴 그 덕에 국내 대입시 경쟁률이 훨씬 낮아질 수도 있을테니 반갑다고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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