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면서도 원전에 가까운 연주로 뭇 연주가들로부터 ‘피아노의 교과서’라 불리는 안드라스 쉬프(57)가 25일 대전에 온다. 지난 2008년 2월 첫 내한 당시 바흐의 연주로 큰 감동을 안겨줬던 그가 이번엔 베토벤의 ‘후기 3대 피아노 소타나’로 불리는 30번, 31번, 32번을 들려준다.

쉬프는 헝가리 출신으로, 현시대 존재하는 최고의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힌다. 9세에 첫 무대를 가진 쉬프는 데뷔 초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1981년 바흐의 건반음악들을 녹음하기 시작하면서 섬세하면서도 정연한 연주로 평단의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해는 ‘바흐 연주의 대가’로 유명한 전설의 피아니스트 글랜 굴드가 세상을 떠난 해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그는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등을 차례로 녹음하며 ‘고전파 음악의 거장’으로 자리매김 한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중반에 슈만과 바르톡 음반을 내놓는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해낸다.

50세가 지나면서 베토벤에 깊이 빠져든 쉬프는 2004년부터 6년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차례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주요 무대를 돌며 연주한 32개의 베토벤 소나타는 2009년 ECM 레이블로 발매됐다. 이로 인해 쉬프는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멤버가 되었으며, 2007년 ‘프랑스 아비아티 최고 음악 비평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2009년, 피아니스트로서 놀라운 업적을 남긴 연주자에게 수여되는 ‘클라비에 페스티벌 루르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얻었다.

미국의 뉴욕 타임즈지는 쉬프의 베토벤 연주에 대해 “곡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연주하는 안드라스 쉬프만의 베토벤은 관중들의 마음을 매혹시키기 충분하다”며 “그의 직관력과 분석력은 연주 준비과정 중에 예술적으로 녹아내려, 매 공연마다 놀라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베토벤을 연주하기 위해 40대 후반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는 쉬프는 “이제는 바흐만큼 베토벤이 편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쉬프의 베토벤은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을지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쉬프의 공연은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펼쳐진다. 대전일보사,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한다. 2만-7만원. ☎1544-1556

대전/임병술 기자  mbs2323@naver.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