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괜찮은 거죠. 휴우~.”

17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심각한 표정으로 ‘방사선오염감지기’인 방사선 게이트를 막 통과해 나오던 봉선화(여·47)씨는 모니터에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녹색 시그널이 표시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봉씨는 “일본 땅을 벗어나 한국 땅에 도착하기까지 내내 불안감의 연속이었다”고 공포감을 털어놨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상황이 최악으로 번지고 방사선 피폭 우려가 극대화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탈출한 여행객과 교민들을 검사하기 위한 인천국제공항엔 이날 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을 출발해 이날 오전 8시53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대부분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어 현지의 ‘방사선 공포’를 짐작하게 했다.

이날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인천공항측은 25번과 29번 게이트에 2명의 검사요원을 배치해 일본에서 입국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방사능 오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었다. 다행히 오전에 25번 게이트를 통과한 16명의 입국자들 중에 오염된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만약 방사선이 정상 기준치의 20%를 넘어서면 경보등이 울리고 ‘프리스커’라는 검사기로 몸 곳곳을 수색하게 된다”면서 “기준치의 1000%로 올라가면 이송조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직원들은 입국자들에게 일일이 오염검사를 권유했지만, 지친 입국자들 중에는 검사를 받지 않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첫 번째로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은 일본 교민 홍은기(여·48)씨는 “지인을 통해 이틀 만에 겨우 표를 구해 일본을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방사성 물질에 오염은 되지 않았을까 마음을 졸였는데 방금 전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