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을 새로운 수출주력 산업으로 키우려던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원전 폭발 여파로 세계 각국에서 원전 공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 계약을 성사한 뒤 2011년부터 매년 2기씩의 원전을 수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국내 원전 전문인력을 2020년까지 현재의 2배가 넘는 4만5000명까지 늘린다는 방안이 이명박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확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외국에서 원전 추가 수주는 없다. 이와 관련해 지식경제부는 “화석연료 고갈, 온실가스 문제로 원전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고 논의는 많아졌지만 막대한 재원 문제 때문에 실제 공사 발주가 아직 많지 않은데다 일본 등 기존 원전 수출국들의 견제가 심하다”며 “곧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근본적인 환경이 바뀌게 됐다. 원전 공포가 확산하면서 원전 건설 논의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석유와 가스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원자력 산업 부흥에 매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사설에서도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다시 제기되고 있는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는 적어도 유럽 등에서는 원전 백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뉴욕 타임스>도 같은 날 기사에서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번 위기는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촉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수만명의 시민이 원전 가동시한 연장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시위 이틀 만에 “일본에서 발생한 일은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됐던 위험도 실제로는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원전 가동시한 연장 결정을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원전 지지파였던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이 13일 신규 원전 건설 허용 중지를 촉구하고 나섰고, 스위스 정부는 신형 원전 교체 계획 보류를 선언했다. 브라질과 터키 등 여러나라에서도 원전 도입·확장 반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의 원전 수출전략은 ‘27개국에서 440여기가 가동중인 전 세계 원전이 2030년에는 2배가량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게됐다”며 사태가 정리된 뒤 구체적 논의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