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부 계속 추진에 ‘안전성-효율성’ 논쟁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된 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가운데)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경북 경주에서 시공 중인 신월성 원전 1·2호기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대우건설 제공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내진설계 기준을 규모 6.5에서 7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규모 7.9를 기준으로 설계된 일본 원자력 발전소도 이번 지진에 힘 없이 무너졌다”면서 “내진설계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설계 기준을 강화할 경우 설계·시공비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건설 과정에 안전과 효율성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의 문제다. ◇ 우리 원전은 안전한가 = 이번에 무너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설계기준이 규모 7.9인데 비해 우리가 새로 보강하는 기준은 오히려 낮은 7.0이다. 이용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 본부장은 “우리 원전은 0.2g의 최대지반가속도(지진으로 건물이 실제로 받는 힘)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0.2g은 중력의 20% 수준으로 규모 6.5 지진에도 버틸 수 있다. 이 기준은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을 토대로 정해졌다. 그동안 5번의 지진 중 가장 센 지진은 78년 9월 일어난 속리산 지진과 2004년 울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진도 5.2가 최고치다. 시민·환경단체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도 규모 7 정도의 지진도 한반도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기록이 있다”면서 설계기준 강화는 물론 별도로 냉각장치와 원전 내 시설 보호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보듯 내진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참화가 발생한다”며 “우리도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문제는 돈 =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은 0.75g로 내진 기준을 높여 지었다. 89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규모 7.0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진원지에서 235㎞ 떨어진 캐니언 원전은 아무 문제없이 정상가동했다. 내진설계 기준은 중요한 요소지만 문제는 돈이다. 한수원은 내진설계 기준을 규모 6.5에서 7.0으로 높이는 데 설계비만 10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다. 연말 완공을 앞둔 신고리 2호기는 규모 6.5에 맞춰 2000억원의 설계비가 든 반면 규모 7.0으로 설계된 신고리 3호기는 설계비로 3000억원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내진설계 기준치를 규모 1씩 더 늘리는 데 최대 30%의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1기를 짓는 데 3조원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기당 최대 9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생기는 셈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50년 수명으로 지어도 될 아파트를 돈 많이 들여 200년까지 늘릴 필요가 있느냐”고 밝혔다. 최광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어느 쪽에다 얼마나 방점을 두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할지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외국 기준은 뭔가 = 나라마다 원전 설계 때 적용하는 기준치는 제각각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 사정에 따라 기준치가 다르다. 세계적으로 내진설계 기준은 원전 부지 주변의 단층과 과거 발생 지진을 토대로 최대 지진값에다 약간의 여유분을 둬 정하는 게 보통이다. 미국 원전의 80%가량은 0.2g 이하(규모 6.5)를 내진 설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지층이 불안정한 캐니언 원전은 지역사정에 따라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 대만의 경우 제1원전은 0.3g, 제2·3원전은 0.4g으로 설계됐다. 제1~2원전 사이에 산자오 단층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제3원전은 헝춘 단층과 불과 2㎞ 떨어져 지진피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전은 새로 짓는 원전의 경우 내진설계 기준을 규모 6.5에서 7.0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한수원은 2014년까지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3·4호기를 비롯해 모두 5기(5800㎿)의 원전을 가동하고 2017년까지 신울진 1·2호기(2800㎿)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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