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통일부 입장 단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5일 "우리는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할 자세도 돼 있다. 식량지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하고 싶어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시인·사과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 남북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인사들도 "천안함 폭침 사건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말을 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24일 "북한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문제에 관해 대통령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1월 강연에서 공개적으로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사과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남북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시험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 당국자들의 일관된 태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비서관 회의 도중 메모지에 글을 썼다. "여러분은 칠흑 같은 한밤에 나라를 지키다 순국했습니다…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때부터 북한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천안함에 대한 우리의 원칙을 허물 경우 임기 3년 동안 인내하며 지켜왔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식량기구(WFP)가 "북한에 47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북정상회담을 꾸준히 추진해 온 여권 고위관계자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우리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은 다 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보수 진영의 비난도 감수할 수 있지만 천안함 문제만큼은 비켜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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