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그 시대상을 담는다 했던가? 참으로 와 닿는 말이다. 음율의 밝기나 어두움에, 가사의 의미에 그 시대는 그대로 녹아있다.

그러나 지금의 가요계는 그 본질적 의미의 음악적 시대상보다는 형식적, 구조적인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입시경쟁의 치열함속에 내던져진다.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엄마, 아빠와 함께 영어를 익혀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쓰기, 셈하기 등 한발이라도 앞서 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총력을 기울인다.

초‧중‧고 시절은 대학입시를 위한 수련 과정이며, 대학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마지막 관문인 취업을 위해 죽도록 경쟁해야 한다. 쌓을 수 있는 '스펙'은 모조리 다 쌓아야 하는 등 인생의 반을 순위 안에 드는데 소비하게끔 돼 있다.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보장이 희박하니 나머지 반도 그리 녹록지 않다. 최후의 안식처도 앞으로는 시험을 통과해야 명당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험과 경쟁의 연속이다.

대중음악은 이러한 사람들의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 준다고 했다. '자유'라는 진정한 가치를 잠시나마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음악을 통해 또는 음악인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 살고자 했던 삶을 꿈꿔보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기도 한다. 시험과 경쟁이 존재 하지 않는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대중음악과 음악인들은 자유롭게 탄생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 시험 봐서 태어나지 않는 것처럼, 성장도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대로 자신의 능력껏 성장한다. 인기가 있건 없건, 수입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하고 싶은 대로다. 음악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도 있다.

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시도들이 대중음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른바 '서바이벌'이라고들 한다. 신인 가수의 탄생! 엄격한 심사위원들의 호된 질책과 시험을 통과하는 그 방식. 사람들은 열광한다. 제일 큰 이유가 '공정성'이라 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공정한 경쟁이 의심받는 사회에서 '공정성'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들도 심사받고 경쟁하고 있다.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제도가 어떤지 돌아볼 여력도 없는 것처럼 무조건 합격순위 안에 들어야 한다. 대학에서도 사회의 불합리 따위는 알아볼 여유가 없다. 취업을 위해 죽도록 경쟁하고, 시험보고, 시간은 흘러간다.

바꾸어 대입해보자. 인기 있는 음악인이 되기 위해 오디션에 응모하고, 심사받고, 탈락하고, 합격한다.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 1등의 기준이 어떻든 상관없다. 그렇게 1등이 돼도, 그저 시작일 뿐이다. 1등이라고 더 이상 주목받을 일은 없다.

또 그 1등이 진정 사랑받고 인기 있는 '보증수표'도 아니다. 설 자리가 없다. 둘러보자. 1등이 아닌데도 절대 '1등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심사 안 받는 가수들(?)과 '시스템'이 기세등등하다. 다시 그 시스템으로부터 심사받고 인정받아 합격해야 한다. 설령 그렇게 합격한다 해도 보장되는 것은 없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