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사랑했던 미실, 백성까지 사랑한 세종. SBS '뿌리깊은 나무'(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장태유) 세종(한석규 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선덕여왕' 미실(고현정 분)이 떠오른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창조한 두 군주는 능력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미실 캐릭터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것은 악녀이되 악녀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실은 권력을 추구하고 이 권력을 휘둘렀지만 신라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여자였기에 왕을 꿈꾸지도 못했지만 신라를 지탱해왔던 실질적 리더였다. 그래서 덕만 (이요원 분)의 정적이었지만 그 성장과정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멘토였다. 미실의 대사들은 심도 깊은 고찰로 호응을 얻었다.

"사람을 얻으려면 먼저 강함을 보인 후 다가가서 손을 잡아야 한다" "하늘을 이용하나 하늘을 경외치 않는다. 세상의 비정함을 아나 세상에 머리 숙이지는 않는다. 사람을 살피고 다스리나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 등의 대사가 아직도 시청자 기억에 남아있다.

세종의 입을 통해 풀어놓는 정치학에서도 그러하다. "임금의 마음이 지옥이기에 세상이 평온하다"는 세종의 군주론은 미실의 그것과 비슷하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선덕여왕' 미실, '뿌리깊은 나무' 세종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세종도 미실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좋은 군주, 좋은 리더를 착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세종은 때때로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방을 제대로 읽지 않아 죽어가는 백성 앞에서 분노했고, 끝내 마음을 열지 않던 소이(신세경 분)에게 화를 냈지만 그 화살은 결국 자신에게 돌렸다.

미실과 세종이 같은 생각에서 태어났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것은 이 지점이다. 세종은 비정한 현실을 보여주던 미실과 이상적인 리더를 그린 덕만을 합쳐 놓은 캐릭터다. 백성앞에 화를 내고 비정한 현실에 괴로워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간다.

백성을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세종과 미실의 차이가 드러난다. 세종은 글자를 만들면서 백성을 믿고 신뢰하지만 미실은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인다"고 말했다.

이런 세종이 똘복이에게 "윗사람들이 하는 일을 똑똑히 지켜보고 판단하라"는 말은 시청자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뿌리깊은 나무'는 단순한 드라마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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