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미화 5만 달러 진실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뇌물공여.수수 사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결과적으로는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 둘중에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검찰과 한 전 총리측 변호인단이 첨예하게 공방을 벌이는 부분도 돈을 주고 받았는지 여부다.

검찰은 지난 22일 사상 초유의 총리공관 현장검증에서도 오찬 뒤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수행비서와 경호원의 밀착경호로 돈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돈을 건넨 방식을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단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검찰은 당초 곽 전 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5만 달러가 직접 건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5만달러를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서 재판 초점이 곽 전 사장 진술 신빙성 문제로 돌아서자 검찰은 내심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수세에 몰렸던 검찰이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 소유의 골프빌리지를 무료로 사용했다는 새로운 증거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분위기다.

검찰측은 24일 '기업운영을 잘 하는 기업인 정도로만 곽 전 사장을 알고 있을 뿐 친분관계는 없다'는 한 전 총리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골프빌리지를 이용할 정도로 충분한 친분관계가 있었는데도 한 전 총리가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했다는 것.

특히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 2002년 곽 전 사장으로부터 998만원 상당의 골프채 풀세트를 받았다는 검찰측 주장에 '모자 하나만 받아왔다'고 해명한 한 전 총리측은 이번 골프빌리지 무료 이용 사실로 신빙성을 의심받게 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악의적 흠집내기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 재판이 사람의 도덕성을 판단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공소사실에 적시된 뇌물 수수 혐의만 입증하라"고 검찰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 "검찰이 한 전 총리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도 않으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일방적으로 공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재판장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이해찬 전 총리 등 한 전 총리측 인사들은 법정 밖에서 긴급 구수회의를 갖는 모습도 목격됐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새롭게 제출한 증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의 불꽃 튀는 공방이 다시한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형부)는 다음달 9일 1심을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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