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싸늘한 교도소 안에서, 함께할 수 없는 다섯살배기 아들에게 들려줄 동화책을 녹음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사이사이 마음을 전할 때엔 흐느꼈다.

“미안하다 아들아. 엄마는 몸이 아파서 너의 곁에 있을 수 없단다. 초롱초롱한 너의 눈이 너무 그립구나. 이 책은 너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거야. 내년이면 엄만 병이 치료된단다. 그 땐 밤마다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어주마. 그 때까지 할머니 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지내렴….”

경기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ㄱ씨. 그녀는 사업을 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구속됐다. 교도소 생활이 시작되면서 시골 친정집으로 보내진 아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눈물로 읽은 동화책을 녹음해 선물했다.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가 외국에서 병을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소자 ㄴ씨. 그녀가 6세 된 딸에게 동화책을 녹음해 선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1개월 전에도 한 차례 보냈었다. 그 당시 교도소로 면회온 노모를 통해 전해들은 얘기는 그녀의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다.

“아이가 녹음 테이프를 들으면서 ‘엄마가 보고 싶다’며 한 시간을 펑펑 울었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와서는 잠들 때까지 몇 번을 반복해 듣다 잠이 들었다는 말을 듣고 그 날 저도 밤새 울었습니다.”

ㄴ씨는 아이가 또 슬퍼할 것만 같아 다신 동화테이프를 보내지 않으려 했으나 어쩌면 딸이 기다릴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테이프를 보냈다. 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고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교도소 담장을 넘어 모녀의 정을 이어준 이 사업은 경기도와 의정부교도소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책읽는 교도소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크게 세가지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우선 독서환경 조성을 위해 재소자들이 수감돼 있는 의정부교도소 24개의 생활관 모두에 미니도서관을 꾸몄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책장과 2400여권의 책을 교도소 측에 지원했다. 독서전문가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재소자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책읽는 동아리 운영과 매월 이 달의 추천도서도 선정해 주고 있다.

ㄱ씨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자녀를 둔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가족 독서프로그램’이다. 4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한 이 프로그램에는 7명의 ‘어머니 재소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빚을 갚지 못했거나, 교통사고 합의금을 내지 못하는 등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수감된 여성이 대부분이다. 단기 수감자들인 점을 감안해 녹음테이프와 동화책을 포장한 봉투에는 아이가 수감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른 주소로 전달된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어머니의 수감으로 인한 가족 해체를 예방하는데 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경기도2청 교육정책과 류희경 교육정책팀장은 “통계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어머니)이 수감됐을 경우에 가족이 해체되는 사례가 많다”며 “동화책을 읽어 아이에게 전해주는 프로그램은 가족해체 예방은 물론 재소자의 교화에도 효과적이라는 조사결과가 이미 발표돼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의정부교도소는 올해부터는 남성 재소자들도 동화책 녹음테이프 보내기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하는 등 ‘책 읽는 교도소 사업’을 대폭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가족독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ㄷ씨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면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런 감정도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죗값을 다 치르고 출소하면 열심히 일해 빚도 갚고, 아이와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임병술 기자  mbs23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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