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은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좌담회를 보고 "그동안 개헌을 주장하던 나를 보고 가까운 의원들까지 '이재오가 대통령 팔아서 줄 세우기 한다'고 했는데 이제야 홀가분해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이날 개헌 관련 발언은 이 장관이 해왔던 말과 똑같다. 이 장관의 개헌론은 사실 이 대통령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좌담회에서 "개헌은 지금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임기를 2년 이상 남기고 말한 것은 굉장히 빨리 한 것"이라고 했다. 이 특임장관이 최근 가는 곳마다 "개헌은 이미 논의해둔 것이 많아서 지금 추진해도 몇 달이면 가능하다"는 말 그대로였다.

이 대통령은 또 "개헌은 실현 가능하고 안 하고를 떠나 시대에 맞게 하는 것이 맞다"며 "정치적으로 자꾸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역시 지난 1월 이 장관이 '개헌은 정략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운 융성의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던 글과 다르지 않다. 이 장관은 또 지난달 한 개헌 토론회에서 "시대정신에 맞는 정치, 선거, 정당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개헌과 정치제도 개혁 필요성을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좌담회에서 "이다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개헌은) 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아니다. 이재오 개인 생각이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그 뒤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은 개헌이 안 될 일로 본다"는 말을 하면서 점차 '이재오 개인 욕심'이라는 쪽으로 굳어지던 참이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개헌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대통령 뜻' 논란은 사라지게 됐지만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인 개헌 공방이 붙게 됐다. 이 대통령 자신도 이날 "실현 가능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라고 말했다. 정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조차도 "자칫하면 되지도 않을 일로 정치권만 시끄럽게 만들었던 '제2의 세종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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