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수요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싼 전셋집을 찾아 연쇄적으로 이동하면서 갈 곳이 없어진 저소득층 전세 가구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14일 경기도 수원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서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수원 한 아파트단지 내 일부 세입자들은 2년 전에 비해 최근 100% 가까이 오른 전세금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년 전 재건축 아파트단지에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싼 7천만~8천만원에 전세로 입주한 이들은 최근 전세가격이 1억3천만~1억4천만원으로 오르자 싼 전셋집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인근 한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플러스 사장은 "수원지역에서 단독주택 지역을 빼놓고 여기보다 전세가격이 낮은 곳은 거의 없다"며 "여기서 나가는 분들은 단독주택으로 전세 들어가거나 시 외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시 저소득층이 많이 모여 사는 수원 우만동과 연무동 거주 세입자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연무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어떤 고객이 전셋집 소개를 의뢰받은 적이 있다"며 "이 고객은 처음 서울에서 살다 용인 수지로 이사를 왔으며, 다시 수원으로 이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고객의 경우 점점 높아지는 전세가격에 맞춰 이사를 하다 보니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싸 서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수원 연무동과 우만동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외지 사람들이 싼 전세를 찾아 이곳으로 오면 기존에 여기에 살던 사람들은 사실상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수원시내 대표적인 서민 밀집지역 가운데 한 곳인 세류동 일대 주민들도 높아지는 전셋값으로 인한 고통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세류동 C중개업소 대표는 "단독주택내 전세가 대부분인 이곳에도 최근 다른 지역 아파트 등에서 살다 전세 주택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이 이곳에 입주하게 되면 기존 세입자들은 정말 갈 곳이 없게 된다"고 밝혔다.

"정말 큰 일"이라고 밝힌 이 대표는 "이곳에서 나가는 사람은 집값과 땅값이 여기보다 훨씬 비싼 화성 등 인근 다른 지자체로도 못 간다"며 "일부 세입자들은 기존에도 좁은 전세주택을 돈에 맞춰 더 좁혀 전세로 가거나 아예 멀리 비수도권 지역으로 가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있는 사람들도 힘들겠지만, 이미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저소득층은 갈수록 높아지는 전세가격에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이런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