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4개월 만에 풀려난 금미 305호 기관장 김용현(68 ·사진 )씨가 17일 케냐 몸바사항 인근의 캐슬로열호텔 4층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김씨는 지난 15일 한국인 선장 김대근(54)씨와 함께 케냐 몸바사항에 도착한 뒤 이 호텔에 머물러왔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새벽 2시 25분쯤 '쿵'하는 소리를 들은 호텔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김씨는 당시 아무런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이 경비원은 케냐 현지 경찰 조사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쿵'하는 소리가 났다. 달려나가 보니 사람이 떨어져 있었고, 위쪽을 올려다보니 어떤 여성이 베란다에 서 있었다"고 진술했다.

호텔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케냐 경찰은 김씨 방에 있던 케냐 국적의 26세 흑인 여성 1명을 체포했다. 이 소식통은 "아직 이 여성의 직업이나 김씨와의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씨가 타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케냐 경찰은 이날 새벽 바로 1차 현장검증을 실시했고, 오전 8시 30분쯤 우리 대사관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2차 현장검증을 했다.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 시신은 호텔 근처 판디아병원으로 옮겨졌고, 새벽 5시쯤 의사가 "두개골 함몰로 숨졌다"며 사망을 확인했다.

김씨는 전날 저녁 몸바사 현지의 한국인 선박 대리점 대표인 박종규씨 집에서 선장 김씨와 함께 식사를 하고 밤 11시에서 자정 사이에 호텔로 돌아갔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몸바사항에 도착한 뒤 이한곤 주케냐 대사 등이 김씨를 만났다"며 "김씨가 '최근 몇 달간 임금을 받지 못해 귀국을 해야 할지, 계속 남아 조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란 얘기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건강에도 문제가 없다면서 병원 진료도 받지 않았다.

김씨의 아들 진곤(41)씨는 "지난 16일 통화에서 '잘 있다, 정리하고 돌아가겠다, 걱정하지 마라'는 말씀까지 하신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적으로부터 풀려나) 다 살아 돌아오셔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황당하고,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