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올라 생활고 가중… 모아놓은 폐지 훔치는 등

거의 매일같이 싸움 벌어져…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

지난 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원모(75)씨와 권모(59)씨는 서로 자신이 모아놓은 폐지(廢紙)를 상대방이 훔쳐갔다며 몸싸움을 벌여 경찰서 신세를 졌다. 경찰에 따르면 원씨는 고물상에서 리어카를 빌려 폐지를 수집했는데, 이웃인 권씨가 원씨 집 앞에 세워진 리어카를 허락 없이 끌고 다니며 폐지를 더 모았다. 당초 고물상에서 리어카를 빌렸던 원씨는 그것을 반납하면서 폐지도 함께 팔았고, 이에 권씨가 "내가 모은 폐지를 훔쳐 팔았다"며 원씨를 찾아가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8일에는 강모(45)씨가 폐지 수집을 쉽게 하려고 김모(56)씨의 폐지 수집용 리어카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26일에는 폐지와 종이박스를 주워 생계를 잇는 두 할머니가 서로 폐지를 차지하겠다고 다투다 한 사람이 도로로 떠밀려 전치 3주의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100원, 200원이 귀한 '가난한 노인들'이 벌이는 '폐지 싸움'이 요즘 더 잦아지고 있다. 최근 물가가 올라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진 탓이다. 폐지를 모으는 사람들 연령대도 낮아져 경쟁이 더 치열해진 점도 한 이유라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고물상에서 쳐주는 폐지 가격은 1㎏에 100~150원 정도다. 폐지를 줍는 이들은 일반 회사나 가게의 업무시간을 피해 주로 오전 4~7시, 밤 9~11시에 폐지를 모으러 다닌다. 하루 평균 수입은 7000원 정도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일대에서 폐지를 줍는 이모(60)씨는 "오전 내내 동네를 돌면서 40㎏의 폐지를 모아 6000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에서 폐지를 모으던 이재규(52)씨는 "얼마 전 다리를 다쳐 한 달간 쉬었더니 평소 못 보던 사람들이 내가 돌던 곳에서 폐지를 줍고 있더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폐지를 차지하려는 '전쟁'이 벌어진다"고 했다.

구역 싸움도 심해지고 있다. 서울 가리봉동의 김윤배(78)씨는 "가리봉동에만 폐지 수거 노인이 15명이 넘는다"며 "내가 주로 종이 박스를 얻는 가게에 다른 사람이 오면 '여긴 내 구역'이라고 경고한다"고 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고물상을 하는 전모(53)씨는 "폐지 줍는 것도 일종의 영업"이라며 "폐지가 많이 나오는 명절이 되면 큰 수퍼마켓의 사장에게 잘 보이려고 휴지 등을 선물로 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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