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회 안강민 위원장과 통합민주당의 박재승 위원장이 공천 행보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을 죄지우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안 위원장은 뚝심이 강하고 동시에 '고집불통'으로 통한다. 또한 한번 정한 원칙은 잘 안 바꾸는 스타일이다. 이에 안 위원장은 공천 후보자가 보수적 가치관이 확립돼 있는지, 공직에 적합한 성품인지, 부정과 비리 등 불법 전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안 위원장은 민원 접수조차 되지 않는 인물로 소문이 나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측근이 공천이 불투명해진다는 것을 알고 안 위원장을 만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근혜 전대표의 핵심 의원도 지역구 경쟁자의 도덕성 문제를 밝히기 위해 서류를 안 위원장에게 직접 전하려다 못 전한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나라당에선 안 위원장을 놓고 뚝심 있게 공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지만 일부에선 공천자들을 잘 파악하지 못해 조용히 말도 없이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안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때 국민검증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민감한 사생활 문제를 다루면서 '무리 없다'는 인정을 받았다.

지난 1월 공천위원장 취임 당시에는 계파에 관한 것은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도 않겠다고 밝히고 공천에 착수했다. 반면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회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옳다고 생각되는 것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밀어 붙히고 있다. 이에 '금고형 이상 공천배제'라는 총강경 기준으로 민주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역시 고집불통이라는 당내 불평과 비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천혁명을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박 위원장은 지난 4일과 5일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 선언으로 매듭지었다. 민주당 공심위는 전체 12인의 공심위원 중 찬성 7, 반대 4, 기권 1인으로 박 위원장의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 결국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설훈 전 의원 등 비리 혐의 등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11인의 주요 정치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6일 통합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위원장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 박 위원장을 누가 데리고 왔느냐, 누구의 손에 움직이느냐 는 등 비판과 비꼬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비리 전력자에 대해 원천적으로 공천조차 받지 않는 한나라당에 비해선 비리 전력자의 공천 접수를 받는 통합민주당의 공천 입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민주당이 여당 역할을 해 오면서 권력 실세들과 연계된 비리가 많기때문에 비리 전력자를 배제한 공천을 한다면 사실상의 공천자가 없다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박 위원장이 휘드르는 칼날은 과거 10년 정권에 대한 일종의 '심판'이며 새롭게 야당으로 탄생하기 위한 물갈이 작업이다.

이런 가운데 통합민주당 공심위는 6일 오후 수도권 단수 신청지역을 중심으로 60명 안팎의 1차 공천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공심위 측은 수도권에서 1단계로 30% 정도의 현역 의원을 교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국 단수 신청 지역이더라도 문제가 있는 후보는 배제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역 의원 다수가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흥섭 기자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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