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관련, 미국 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요청하면서 사실상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가진 긴급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해주도록 미국 측에 요청했다”면서 “이에 대한 답신이 올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유보하겠다. 따라서 당연히 검역도 중단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 일각에선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장관 고시를 우선 발효한 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문제에 대해선 별도의 ‘기술적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터.

특히 외교통상부가 최근 카길 등 미국 대형 육류업체들과 접촉해 한시적으로 30개월 미만을 표시하겠다는 합의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한승수 국무총리,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재협상’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관련 장관 고시 또한 계속 ´유보´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쇠고기 문제로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선 사실상 협상 내용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실제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각에선 ´6.4재보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인 점도 일정 부분 감안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운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30개월 이상 소에 대해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국민 여러분과 농어업인, 축산농가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면서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검역 권한을 통해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가간 선린우호 관계와 신뢰를 유지하면서 해법을 찾아내는 게 국익과 국민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는 우려감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심흥섭 기자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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