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추가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벼랑끝 전술'과 '촛불'이 협상의 중요한 카드였다고 공개했다.

김 본부장은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았던 셋째 날 조기귀국을 결심했었고, 소개는 안됐지만 마지막에도 그런 결심을 했던 경위가 한 번 더 있었다"며 "그 때마다 미측에서 상당히 전향적으로 응해 준 일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6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2차례 협상을 마친 뒤 갑자기 중도 귀국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미측을 당혹케 해 태도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협상테이블에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촛불민심'이 협상의 기선을 잡는 카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지난 13일 쇠고기 추가협상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던 그의 서류가방에는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 중 최대 규모의 인파인 6월10일 당시 현장을 담은 천연색 큰 사진 하나가 포함돼 있었다.

김 본부장은 "그것을 협상 테이블 중간에 두고 중간 중간에 이야기가 어렵게 진행될 때에는 여러 가지 과학 이야기가 나올 때, '이 사진을 봐라, 이 사진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될 사진이냐?'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미측도 상당히 우리 국민들의 우려가 그렇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이해를 하고자 하는 그런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협상 결과가 모두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김 본부장은 미국산 소 내장의 수입제외 논의와 관련해 설명하면서, "사실 제가 강하게 주장했다"고 말한 뒤 "(한국에)수요가 있고 (OIE기준으로 분명) SRM이 아닌데 논리적으로 도저히 제 입장만 해서 딜 자체를 깨겠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 여러 가지 미진한 부분이 있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음을 시사했다.

심흥섭 기자  shs051@korea.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