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반부패 청렴은 하나의 문화다. 장차관과 공기업 임원들이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다니면 국민들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1일 서울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월례모임 강연에서 "지금은 사회 지도층이 스스로 나서 나라의 분위기, 나라의 문화를 한번 뒤집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김진현 평화포럼 이사장이 "부패는 시스템, 권력적 의지, 모범적 행동 등 3가지 방법에 의해 없앨 수 있다"며 의견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 위원장은 "내가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데 국무회의에서 장차관들에게 '버스나 지하철 타고 다니자.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분위기 바꾸는 거다' 이런 말 하고 싶은데 드러내놓고 못한다. '당신이나 잘해라' 이런 이야기할까봐 차마 말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특유의 '현장론'도 설파했다. 그는 "공직자가 움직이지 않는 건 넓은 의미에서 부패"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대개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자리가 높아질수록 현장을 멀리한다. 책임 있는 사람이 갔으면 진작 해결됐을 일이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공직자들이 정말로 변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30일 권익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채 4개월이 되지 않은 지금 무려 170여 곳의 '현장'을 누볐다.

매일경제와 신년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있어 대통령이 되도록 밀어줬다"고 밝힌 그는 나라 발전을 위한 자신의 아이디어도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새만금이 잘돼 홍콩 싱가포르처럼 되도록 만들려면 규제, 세금, 땅값, 노조 등 4가지를 없애야 한다"며 "단 대한민국 사람을 고용한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들어와 새만금을 제2의 홍콩으로 만든다면 10~20년 지난 후 새만금이 대한민국의 홍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1인당 GDP가) 2만달러에서 맴도는 것을 높이 끌어올리려면 공직 부패를 없애는 한편 규제도 없애야 한다. 이를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강연에서 '반부패 청렴'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국제투명성기구(CPI) 반부패지수 조사한 것을 보면 뉴질랜드, 핀란드, 홍콩,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소득 4만~5만달러 나라가 보통 100점 만점에 80~90점 사이"라며 "우리는 55점 수준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그들 나라의 청렴지수만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봉의 공직자들이 청렴 의무까지 겹쳐 너무 힘든 것 아니냐"는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 질문에 "공무원들의 대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면서도 "공직자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답했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민원 해결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떼를 쓰는 악성 민원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하자 "권익위에서 부처마다 다양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