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을 앞둔 2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이 몰려든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설(2월14일)을 3주 앞둔 24일 오후. 경기회복 분위기 속에 설 대목을 앞둔 서울시내 재래시장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형마트와 경쟁이 치열하지만 설 제수 용품은 전통적으로 재래시장이 강세인 만큼 상인들 대부분은 이번 설에도 많은 손님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설 대목을 앞둔 재래시장 간에도 온도차는 컸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래시장 특별개선사업으로 시장 구조 및 체질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로 붐비는 시장이 있는가 하면, 뚜렷한 시장 환경 개선 없이 여전히 깊은 불황에 시달리는 시장도 있었다.

이날 오후 3시쯤 방문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상점마다 흥정하는 고객들이 많았고, 상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생선가게 앞에서 만난 김모(여·40)씨는 “가격도 싸고, 시설이 현대화되면서 위생이나 신선도에 대한 걱정도 없어졌다”며 “집안 대소사를 다 알 정도로 상인들하고도 정이 들어 물건을 믿고 산다”고 말했다. 신원시장이 고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끊임없는 혁신에 있었다. 이 시장은 2005년 아케이드 공사(천장 설치공사 등)를 마무리하고 주차장을 설치, 시설을 현대화했다. 또 최근에는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운동에 나섰고 물건 배달까지 진행하고 있다. 실제 시장 곳곳에 ‘전통시장으로 고객을 모으는 방법은 신용카드 거래’, ‘백화점, 마트보다 부족한 한 가지! 질서의식’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2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C시장이 찾는 손님이 적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혁신 결과는 매출 신장으로 이어져 2008년에는 전년동기대비 15%, 2009년에는 전년동기대비 30%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설 대목에도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진병호(57) 상인회장은 “설 제수 용품을 대형마트에서 살 때 30만원 정도 든다면, 여기서는 15만원이면 가능하다”며 “대형마트가 들어온다고 우는소리만 할 게 아니라 재래시장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오후 5시쯤 방문한 종로구의 C시장은 한산했다. 시장은 손님이 몇 안 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한때 100개 점포가 넘는 잘나가는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40여개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시장 위생에 있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신용카드 사용도 불가능했고, 배달이나 주차장은 언감생심이었다. 시장 변화를 이끌어야 할 상인회도 상인들 간의 불화로 지난 2007년 해체됐다.

“손님이 왜 이렇게 없느냐”는 질문에 쌀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대형마트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많은데 왜 여기로 오겠느냐”며 침체의 원인을 ‘외부 요인’으로 돌렸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