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70대 김할머니
1년이 지난 지금 '봉고차 모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김씨는 주변 도움으로 승합차를 팔아 기초생활 수급자가 됐다. 집도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2만원의 반지하 단칸방에서, 주택공사의 도움을 받아 임대주택으로 옮겼다. 방이 2개인데도 한 달에 6만원만 내면 된다. 김씨는 1년째 경로당에서 하루 5시간씩 청소일을 하고, 생계급여를 포함해 월 72만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졌다.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예정된 날에 돈이 나오니까. 1년 전에는 일자리도 없고, 집세가 다섯 달째 밀려 밤마다 돈 걱정에 잠을 자지 못했는데…."
딸아이의 공부방이 생긴 것도 큰 기쁨이다. "돈이 부족해 학원은 보내지 못하지만, 깨끗한 방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
대통령의 관심이 벼랑 끝에 몰렸던 모녀에게 작은 희망을 준 셈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각지대 빈곤층의 삶은 어떨까?
막내 아들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탈락"한달 30만원만 받으면 고기도 먹고 할텐데…"
인천에 사는 김미숙(가명·75) 할머니의 집에 들어서자, 쾨쾨한 곰팡이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한쪽 벽에 검푸른 곰팡이가 덕지덕지 자리를 잡고 있다. 김 할머니는 날이 추운데다 심장이 약해 단칸방에서 곰팡이와 함께 온종일 있어야 한다.
김 할머니는 생계급여를 받아오다 2008년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부모·자녀)과 그 배우자(며느리·사위)를 말한다. 김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았다. 남편이 21년 전 심장마비로 숨지고, 첫째와 둘째아들이 아이엠에프(IMF) 때 사업이 망하면서 엄청난 빚을 졌다. 김 할머니는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첫째·둘째아들의 빚을 일부 갚아줬지만, 두 아들은 결국 이혼하고 지금은 행방불명된 상태다. 막내아들이 있지만 역시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막내도 빚이 많아 날 돌볼 형편이 안 되거든." 부양을 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막내아들의 가구 소득이 기준을 넘어 김 할머니는 수급권을 잃었다. 관할 주민센터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주민센터 쪽은 "아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강제로 지급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얘기하며 김 할머니는 울먹였다. "그렇게는 못하지, 어미가 가난한 것도 미안한데…. 막내가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건데, 강제로 빼앗아 올 수는 없지. 늙은 나야 어떻게 되겠지." 김 할머니는 자신이 부담이 되면 막내마저 이혼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기초노령연금 8만8000원에다 시각장애 3급 수당으로 3만원을 받고 있다. 집세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 7만원이어서, 집세를 내고 나면 4만8000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지난해에는 그래도 월 12만원씩 나왔는데 올해 딱 끊겼어. 한 달에 30만원만 있으면 목욕탕도 마음 편히 가고, 고등어랑 고기도 먹고 소원이 없겠는데…." 지난해에 나온 12만원은 정부가 사각지대 빈곤층에게 지원하던 한시생계구호로 올해 경기가 나아졌다며 예산이 모두 깎였다.
김 할머니처럼 소득과 재산 모두 대상이 되는데, 단지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이 전국적으로 100만명이나 된다. 여기에다 소득은 최저생계비 아래지만 재산이 기준을 넘어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식의 사각지대 빈곤층을 모두 더하면 정부 추산으로만 41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기초생활 보장 수급률은 아직도 3%에 머물러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보건·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기초생활수급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년 동안 기초생활 보장과 관련해 일부 제도 개선을 했을 뿐 사각지대를 보듬기엔 역부족이었다. '봉고차 모녀'가 운이 좋아 대통령 눈에 뜨이는 행운을 잡았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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