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대형 어젠다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과 무관치 않다. 세종시 수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불투명해 보이고, 특히 순항을 확신했던 4대강사업도 천주교의 반대에 이어 종교계와의 마찰로 비쳐지자 고민스런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참모들의 소통 노력 부재에 불호령을 내리고 적극적인 설득을 강력 주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다시 '청계천의 추억'을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4대강과 관련한 천주교와 일각의 반대와 관련해 "청계천 땐 상대방이 서울시장을 사퇴하라고 공격하기도 했지만 결국 반대하던 사람을 설득시켰다"고 했다. 지금은 4대강에 회의적이지만 꾸준한 설명과 설득이 전제된다면 그 반대논리를 접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의 청계천 발언은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정국이 중대기로를 맞이하거나, 위기 때 청계천 및 그 연상 얘기를 꺼냈다.

대운하 포기를 선언한 지난해 6월 라디오연설에선 "달라진 청계천을 지금은 사업 초기에 그렇게 반대했던 분들까지 모두 행복하게 즐기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고, 4대강 진력 의지를 밝힌 지난해 11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선 "학자, 정치권, 시민단체 분들이 청계천을 심하게 반대를 했지만 완공 후에는 그분들도 찬성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앞서 촛불정국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한 2008년 6월 특별기자회견에선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날 밤,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비쳤다. 심기일전이 필요할 때, 착잡할 때 '자긍심'의 대상인 청계천을 떠올리며 스스로의 다짐성 발언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무조건 밀어붙이기로 재미를 본 '청계천 프레임'에서 지금도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이것이 야당과의 소통 단절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대통령이 청계천 발언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기적으로 청계천을 찾기도 한다. 지난해 6월엔 "오랜만에 청계천에 가서 바람도 쐬고 지나가는 사람들 얘기도 좀 듣자"며 전격 방문했고, 이를 전후로 수차례 정부부처 차관급,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을 동행하고 청계천을 거닐기도 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m.com

▶이명박 대통령 청계천 관련 대표 발언
-청계천 복원할 때 프랑스 사회학자 한 분이 찾아와 환경ㆍ경제적으로 여러가지 효과가 나오겠지만, 더 큰 변화는 서울시민의 정서가 바뀔 것이라고 하더라/2008년 2월 19일 당선인 시절, 내각 합동워크숍
-나는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날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2008년 6월 19일 촛불정국 관련 특별기자회견
-달라진 청계천을 지금은 사업 초기에 그렇게 반대했던 분들까지 모두 행복하게 즐기고 있지 않은가/2009년 6월 29일 라디오연설
-청계천 때도 반대가 참 많았다. 학자,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심하게 반대했지만 완공 후에는 그 분들도 찬성 입장으로 바뀌었다/2009년 11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
-(서울시장 때) 청계천과 버스전용차로제로 상대방이 시장직을 사퇴하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결국 반대하던 사람을 설득시켰다/2010년 3월 23일 국무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