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이 창사 10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분규에 휘말렸다. 몽고식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산의 향토기업이다. 마산시 자산동 몽고정 근처에서 출발했으며, 현재도 본사를 그곳에 두고 있다.

몽고간장, 창업 105년 만에 파업ㆍ직장폐쇄

원래 몽고식품을 창설한 것은 일본인 야마다 노부스케로 ‘산전장유양조장’이었으나 이 회사의 공장장으로 있던 창업주 김흥구 씨가 1945년 해방되던 해에 인수해 ‘몽고장유양조장’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창원대로변에서 본 몽고식품은 평화로웠지만, 정문은 살벌했다. 용역직원들이 바깥 노조원들을 카메라로 찍고 있다.

몽고식품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1987년이었으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노사분규가 없어 노사협력우량기업이란 명패를 공장 정문에 달고 있었지만 무색하게 됐다. 10년 넘게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 회사 노조지회장 정동길 씨의 말을 들어보자.

“노조가 설립된 후 단 한 번도 파업이 없었다는 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동안 노조는 회사를 위해 최대한 협력해왔습니다. 그러나 회사 사장은 교섭테이블에 얼굴도 한번 내밀지 않다가 직장폐쇄로 노사협력우량기업에 보답했습니다.”

8월 16일 17시 30분부터 몽고식품 창원공장(창원시 팔용동) 진입로 입구 대로변에서는 몽고식품 경영진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회사 조합원을 비롯한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원 등 200여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는 민노당 도의원 손석형 씨와 이종엽 씨도 함께 했다.

손 의원은 “진정한 향토기업으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지역민과 종업원을 사랑으로 대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하는 모범을 보여야지 용역직원을 동원해 이렇게 정문을 틀어막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결국 투쟁으로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며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종엽 의원도 “더운 날씨에 여전히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여러분이 지금 하는 이 투쟁을 지역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힘들지만 이 싸움이 암울한 이 사회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 좌로부터, 화섬노조 집회 장면-정동길 몽고식품 노조지회장-손석형, 이종엽 도의원

공장 정문은 용역직원들이 굳게 지키고

1시간 정도 문화공연을 포함한 집회를 끝낸 노조원들은 이어 몽고식품 공장 정문까지 약 200여 미터를 행진해 정문 앞에서 회사 측을 향해 교섭에 나올 것과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철문을 닫고 그 앞에 자동차로 바리케이드까지 친 상태로 묵묵부답이었다. 거의 7시가 다 되어 마침 이 회사 안에 있던 노동부 창원지청 근로감독관의 주선으로 정동길 지회장과 화학섬유노조 조직실장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

정문 바로 안쪽 공장 마당에서 이 회사 인사담당자를 만나 노조 측의 입장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은 ‘이번 주 안으로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조는 교섭권한을 상부단체인 도본부로 넘길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몽고식품 노사는 지난 3월부터 교섭을 해왔으며, 결론이 나지 않자 7월 22일부터 노조는 하루 2~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에 회사는 7월 31일자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화학섬유노조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노조는 부분파업 중에도 교섭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을 기울였으나 회사는 교섭에도 응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계기관의 중재노력과 대화마저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한 것이 직장폐쇄 조치와 대체인력을 투입해 간장을 만드는 것이었죠.”

▲ 좌로부터, 공장 정문으로 행진-몽고식품 정문-철문 안 근로감독관-철문을 지켜선 용역과 그 뒤쪽에서 근로감독관, 노조지회장, 회사 인사담당이 만나는 장면(아래)

현재 회사는 생산직 사원이 아닌 일반직 또는 사무직 사원을 현장에 투입해 제품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라고 한다. 회사 측의 입장도 들어보기 위해 시도했으나 굳게 닫힌 철문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험상궂게 생긴 용역직원들에 막혀 기회를 얻지 못했다.

몽고간장 생산라인엔 숙련된 노조원 대신 대체인력 투입

대신 근로감독관과 노조간부 2명, 회사 인사담당자가 공장 마당에서 공문을 주고받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지만, 그마저도 제지당했다. 검은 옷의 용역직원들은 전문 용역컨설팅업체에서 나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아무튼 취재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지역사회에서 오랜 향토기업으로 사랑받아온 몽고식품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특히 숙련된 생산직 사원(노조원)들이 아닌 일반 사무직 사원들이 간장 생산라인에 투입됐다고 하니 걱정도 된다.

아무래도 몽고간장을 애용하는 국민들이 많다보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 정규직 채용 문제를 둘러싼 노사의 대립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속하고 원만한 타결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