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휴식의 기쁨을 선사하는 날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날이기도 하다.

행복의 분위기에 들떠 있던 성탄 전날인 24일 점심시간.

30년만의 한파가 몰아친 서울 방배동의 한 무료급식소는 유난히 북적였다.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이 냉기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찾아 모여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한 숨 돌린 얼굴로 급식소 문을 나서던 박모(76)할아버지는 3년째 이 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고 했다.

혼자 산 지 오래됐다는 박할아버지는 "이 급식소는 자원봉사 아주머니들이 직접 만드는 음식을 제공해서 음식이 깨끗하다"면서 "이렇게 해 주는 데가 없어서 멀리서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을 포함해 대부분의 무료 급식소는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평일에만 운영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들 소외계층은 밥을 먹으면서도 밥을 먹지 못하는 주말을 걱정한다.

매서운 추위에 몸을 두껍게 여미고 집으로 향하던 한모(73)할머니는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식사 한끼로 하루를 난다고 했다.

4~5년 정도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는 한할머니는 "하루에 한 끼를 여기서 먹기 때문에 밥을 최대한 많이 먹고 가려고 한다"며 "주말에는 급식소가 문을 닫기 때문에 집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하지만 밥만 못하다"고 아프다는 허리를 두드렸다.

한할머니와는 달리 그나마 몸이 성한 노숙인들은 무료급식소가 문닫는 휴일에는 밥을 찾아 예식장이나 교회를 전전한다고 했다.

서울역 앞 7만원짜리 쪽방에서 산다는 홍모(57)씨는 휴일이면 주로 예식장을 전전한다고 했다.

홍씨는 "예식장에 갈 때는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들어가야 식권을 잘 준다"며 "우리 노숙인들도 경사스러운 일에 방해가 될까봐 술판을 벌이는 등의 폐는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해 예식장 측에서 20~30%정도는 알고도 묵인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홍씨는 "65세 이상은 동네 복지관에서 쌀과 반찬을 제공해 휴일을 나지만 나 같이 나이가 안 되는 사람은 예식장이고 교회를 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무료급식소야 이해를 하지만 정부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조차 휴일에 문을 닫는 건 소외계층에게는 야박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홍씨는 "복지관은 공무원 스타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문을 여는데 참 야박하게 느껴진다"며 "주말에는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라는 것인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홍씨는 조만간 다가올 구정 연휴가 막막해 사전에 라면이라도 준비를 해놓아야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급식소를 떠났다.

무료 급식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가련한 이웃들에게 휴일은 그저 우울하고 두려운 날일 뿐이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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