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복지, 포퓰리즘인가 선진정책인가 (中) ◆

'직장 의보료 27.6% 인상''노인 188만명 추가 지역의보 강제 편입 후 보험료 부과'.

민주당이 최근 당론으로 공식 채택한 무상의료를 실시하기 위해 국민이 1차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 부담이다. 국가 채무 증가에 따른 재정파탄이나 세금 폭증은 2차적 문제다.

민주당은 잇따른 정책 의총을 통해 향후 5년 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입원진료비의 90% 수준까지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본인 부담금 상한액도 100만원으로 낮추고 간병 급여, 틀니, 치석제거 등도 모두 보험 급여 혜택에 포함시키는 대신 여기에 필요한 연간 8조1000억원의 재원은 △건보료 부과 기반 확대(4조2000억원) △국고 지원 확대(2조7000억원) 등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달콤한 공약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직장의보료 부과 기준을 종합소득으로 바꿔 건보료 부과 기반을 확대해 연간 2조9000억원을 확보하고 직장건보의 피부양자 범위를 축소해 1조9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당장 직장근로자들의 건강보험요율 인상과 직장보험의 피부양자로 돼 있는 노인계층의 지역의보 강제 편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단순화 및 일원화 방안(건강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만약 현행 임금소득 기준의 직장의보체계를 민주당 주장처럼 임대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을 모두 합산한 종합소득으로 부과할 경우 약 2조6700억원의 보험료 수입이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직장 근로자들이 매달 내야 할 건보료는 월평균 6만6426원에서 8만4029원으로 27.6% 급등하게 된다. 사업주들의 건보료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또 직장의보 피부양자 범위 축소도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직장 의보에 피부양자로 등록된 1880만명 가운데 재산과 연금소득 기준으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188만명의 노인에게 지역의보를 부과해야 연간 1조9000억원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당시 연구용역을 맡았던 홍백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단순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며 실제 적용 과정에선 보험료 수입 증가폭이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보료 인상률을 훨씬 더 높이거나 국민 세금 부담을 증가시켜 건보 적자폭을 메우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결국 무상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선 건보료 대폭 인상은 물론 소비세 부과 등 새로운 조세 부담이 추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애써 이 같은 현실에 눈감고 복지만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용역 결과만을 토대로 무상의료 실시가 가능하다고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은 결국 집권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며 "무상의료는 실현이 가능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건보료지만 작년 1조2994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갈수록 심각한 재정 적자가 불보듯 뻔하다. 또한 지난해 건강보험의 보험료 수입과 지출 간 수지는 6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1997년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게다가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료지출 비용은 44조7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13.7%에 이른다. 이러한 보건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의료지출 비중(2007년 11.7%)보다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앞으로 고령인구 급증과 더불어 소득수준이 향상돼 더 많은 의료 지출이 예상된다"며 "민주당이 무상의료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재원 마련을 위한 건강보험료 지출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지출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3.4%씩 증가한 데 비해 정부 지원액은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이어 이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빠른 고령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으로 인해 지출 증가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예상하는 8조1000억원보다 2배 이상이 높은 20조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며 "민주당 주장처럼 무상의료가 이뤄지면 질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공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를 연일 반격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무상복지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것과 관련해 "국민을 속이는 위장 복지이자 무상이 아닌 세금급식, 세금의료"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이날 "무상의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돈을 더 내고 보장을 잘 받는 것을 무상이라고 한다면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민주당의 무상 포퓰리즘은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는 세금급식이자 세금의료, 세금보육"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