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이 불안하고 주택 전세가격이 오르면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결국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결혼에 각각 상반된 영향을 미쳐, 남자의 경우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 확률을 높이지만, 여자는 결혼할 확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이상호 연구조정팀장은 22일 '저출산-인구고령화의 원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각종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먼저 고용이 불안정해지거나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결혼 건수와 결혼율이 감소했다. 임시직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결혼은 330건 줄고, 결혼율(15~39세 인구 천명당 결혼 건수)은 0.23건-0.40건 하락했다. 또 실업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결혼은 835건-천40건 줄고 결혼율은 0.18-0.42건 낮아졌다.

특히 주택과 전세 가격 상승은 주로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을 늦췄다.

이상호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결혼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마련비용을 남성 측이 주로 부담하는데, 전세 등 주택가격 상승은 이를 마련하기 위한 남성의 청혼 기간을 늘려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며 "초혼 시기가 늦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져 인구 구조가 고령화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과 소득 여건은 남성과 여성의 결혼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성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가장 결혼 확률이 낮은 사람은 소득이 없는 기타직업군이었으며, 그 다음 실업자와 비정규직 순으로 결혼 확률이 낮았다. 반면 여성은 소득이 높은 자영업자의 결혼확률이 가장 낮았고 기타직업군의 결혼확률은 높았다.

결국 보고서의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청년층의 고용안정성이 높아져야, 결혼 건수와 출산율이 증가해 고령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양육비 경감이나 보육시설 확충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결혼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이 요망된다"며 "청년층이 선호하고 양질의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교육 보건 의료서비스 사업서비스 등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청년층의 고용 안정성을 제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비용 측면을 봤을 때, 결혼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결혼시장 참여비용이 높아지므로 주택가격의 안정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며 "특히 결혼 변수가 주택매매가격보다는 전세가격에 더욱 크게 반응하는 만큼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세가격의 안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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